해외 게스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꽃이다. 남포동 피프 광장,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극장은 스타를 보려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 없기로는 마찬가지다.
우연히 길을 걷다 관광 나온 스타와 마주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는 곳이 부산이다. 현재까지 참석이 확정된 해외 게스트에는 장첸(張震), 쓰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 청룽(成龍) 등을 비롯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초대 교장인 허우 샤오시엔(侯孝賢), 장 자크 아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스즈키 세이준(鈴木淸順), 차이밍량(蔡明亮) 등 스타 감독들이 포함돼 있다.
칸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유명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도 부산을 향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팀은 게스트의 참석을 확인하는 작업과 체류중 편의 제공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방한 계획을 번복하는 스타들의 변덕에 시달리다, 방한 뒤에는 온갖 자질구레한 뒤치다꺼리까지 도맡아야 하는 영화제 스태프들의 고생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8회 당시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였던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방한 직전 광견병에 걸려 “한국 방문 기간 중 치료를 위한 주사를 맞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필요한 주사약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약품. 스태프들은 전국의 병원에 수소문했고 결국 서울 희귀약 센터에 단 하나 남아 있던 약을 직접 공수했다.
게스트 초청이 가장 힘들었던 해는 9ㆍ11 테러 직후 열렸던 제 6회 때. 2차 테러에 대한 불안감에 많은 해외 게스트들이 참석을 취소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가 유고 출신 노장 감독인 두샨 마카베예프로, 특별전과 핸드 프린팅 행사가 준비돼 있었으나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1960~70년대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유고 정권에 대항, 반체제 영화를 만들었던 투사 감독이 ‘요즘은 비행기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고 털어 놓는다.
9개월 뒤 체코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전프로그래머와 조우한 그는 “올해는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주최측은 초청하지 않았다.
게스트의 무리한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다. 6회 때 방문했던 프랑스 여배우 잔느 모로는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를 상영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자신의 영화를 상영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기껏해야 350석 규모의 상영관이면 충분했지만 그의 요구 때문에 그의 특별전은 5,000석 규모의 벡스코에서 이뤄졌다.
중후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영국 출신 배우 A씨의 한국에 대한 몰이해도 스태프들을 난감하게 했다. 부산을 길에 소가 돌아다니는 시골 정도로, 또 퇴폐 관광이 성행하는 항구 도시로 알고 있던 그는 정작 호텔방에 들자 접대부를 불러주기를 요구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초청비가 초과될 때다. 7회 때 방문한 B 감독의 경우, 진지한 영화 세계와 달리 천박한 행동으로 스태프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사정상 영화 필름을 직접 들고 와야 했던 그는 자신이 사는 콜카타에서 비행기를 타는 뉴델리까지 필름을 운반해 줄 사람의 비행기 요금까지 청구했고 부산에 와서는 행사 참여는 뒷전인 채 쇼핑만 했다. 프랑스 영화계의 실력자인 프로듀서 C씨는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에 동행자의 초청 비용까지 요구했다.
영화제측이 난색을 표하자, 그 해 화제의 게스트였던 잔느 모로와의 친분을 빌미로 “그녀도 부산에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협박하는 전화를 매일 걸어왔다. 프랑스 대사관까지 나서 초청 비용을 겨우 마련했지만, 결국 그는 뚜렷한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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