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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하원 대표 톰 딜레이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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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하원 대표 톰 딜레이 기소

입력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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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하원 대표인 톰 딜레이(58) 의원이 28일 자신의 출신주인 텍사스 대배심에 의해 선거 자금과 관련한 불법 행위 공모 혐의로 기소됨으로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후 혼란 장기화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참사 여파로 안팎으로부터 궁지에 몰린 데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대표의 주식 부당 매각 의혹이 터진 상황에서 사실상 공화당 2인자인 딜레이 의원까지 기소되는 사태를 맞음으로써 사면초가에 빠졌다.

또 공화당원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딜레이 의원의 유착 의혹, 칼 로브 백악관 부실장 등 백악관 참모들의 CIA 요원 신분 누설 연루 사건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200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도부의 부패와 불법 행위가 불거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딜레이 의원은 2002년 텍사스 주의회 선거 때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키 위해 자신이 설립한 정치행동위원회(PAC)에 기부된 기업 헌금을 불법적으로 배분한 혐의를 받아왔으며 이미 기소된 2명의 측근들과 함께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이날 기소됐다. 형사상 공모 혐의는 단기 6개월에서 장기 2년형을 선고받거나 최대 1만 달러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원 다수당 대표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대배심은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 기소를 결정하는 영미법계 배심제의 한 종류다.

딜레이 의원은 공화당 원내 규정에 따라 이날 의원직은 유지하면서도 대표직에선 물러났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비공개 모임에서 당내 하원 서열 3위인 로이 블런트(미주리) 의원을 대표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딜레이 의원은 기소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전혀 죄가 없다”면서 자신을 기소한 로니 얼리 검사를 “뻔뻔스럽고 당파주의적인 광신자”라고 비난했다. 딜레이측 대변인은 “이번 기소는 민주당측에 의해 자행된 당파에 기초한 피의 보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과 대변인은 딜레이 의원에 대해 “미국 시민을 위해 함께 일한 훌륭한 동지”라고 두둔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법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레이 의원의 비난에 대해 얼리 검사는 “내 직업은 중죄자들을 기소하는 것”이라며 “딜레이 의원 기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딜레이 의원은 로비스트 등 국내 이익집단으로부터 골프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었다.

고태성=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 톰 딜레이 '해머'별명 가진 공화당 실질적 2인자

톰 딜레이(58) 공화당 하원대표는 하원 내에서 서열상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에 이어 2인자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통령 다음의 실력자로 통한다. 2000년, 2004년 두 차례의 대선과정에서 자금 모금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 대학을 졸업 후 사업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그는 1984년 텍사스 휴스턴 교외 지역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98년 공화당 하원 부대표를 맡는 등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해왔다. 강경보수 노선을 견지해 의회 내에서 적은 많으나 보수 진영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아 2003년부터는 하원 대표를 지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관철하는 데 있어 쇳덩이처럼 강력하고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쳐 ‘해머(Hamm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텍사스 주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켜 하원윤리위원회로부터 3차례 징계를 하는 등 그의 행동을 둘러싸고 윤리적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2001년 8월 한미교류협회의 후원으로 한국 공짜 외유를 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 사기죄로 기소된 공화당계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그와의 유착 관계를 물고 늘어지는 미국 언론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내 보수층의 지원아래 건재를 과시해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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