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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질 공방에 묻힌 '술자리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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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질 공방에 묻힌 '술자리 본질'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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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의 대구 J호텔 술자리 다음날인 23일 오후. 술집 여사장 H(31)씨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검찰 간부들과 폭탄주를 마시면서 폭언을 퍼부었다”는 폭로는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과의 부적절한 술자리와 추태로 세간의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그후 며칠동안 술자리에 있었던 여야 의원들과 검사, 옆 테이블 손님들은 각각 다른 채널을 통해 판이한 목격담을 쏟아내면서 혼란을 증폭시켰다.

대부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으로 시작해서 “카더라”로 끝나는 주장들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이 논란에 1차 마침표를 찍은 것은 검찰이다. 정선태 대구지검 1차장은 술값을 계산할 때 실언한 사실을 27일 인정했고, 정상명 대검 차장은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 ‘여당 조작설’을 터뜨렸다. “술자리 파문의 배후에는 대구 동을 재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열린우리당 측의 공작이 있었다”며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의 핵심은 “열린우리당 관계자인 이모(47)씨가 J호텔 오락실 주인 서모(51)씨에게 ‘왜 사건화 하지 않느냐. 문 닫게 되는 수가 있다’며 협박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는 술자리 손님 이모(39)씨의 ‘카더라’ 진술이었다. 서씨 등은 “100%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음모론은 낡은 정치수법”이라며 받아쳤다.

저질 정치 공방 속에 ‘국감 의원들과 피국감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술자리’라는 사건의 본질은 묻혀버리고 있다. 이번 파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H씨는 28일 기자에게 이를 비아냥 거리듯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정치 참 재밌네요. 좀 더 지켜봅시다, 정치싸움.”

전준호 사회부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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