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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불이 밝으면 엉뚱한 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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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불이 밝으면 엉뚱한 짓을 한다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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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게임이 있는 모양이다. 실제 삼국지 속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단순히 손놀림으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책 속의 내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모양이다.

그런 게임은 아니어도 우리 형제도 어릴 때 삼국지 퀴즈를 많이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형제가 등잔불 아래에 마주 앉아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백만대군을 호통 하나로 물리칠 때 그 소리에 놀라 말 위에서 떨어져 죽은 조조의 모사가 누구게?” 하고 묻는다.

퀴즈를 하다 보면 수준에 맞지 않게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손책이 우물에서 주운 전국 옥쇄에 새겨진 여덟 글자가 무엇이냐고도 묻고, 조조와 양수가 글 풀이를 한 채옹의 비석문 글자는 무엇이냐고도 묻는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런 아들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그 때는 공부하기 싫으면 저녁마다 책을 읽었다. 돌아 보니 등잔불 아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오락이라는 게 책을 읽는 일 말고는 없었던 이유도 클 것이다. 할아버지는 불이 밝으면 엉뚱한 짓을 한다고 하셨다. 돌아보니 그 말씀이 정답이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 온 다음, 우리 형제는 책을 덜 읽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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