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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신이 내린 축복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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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신이 내린 축복 '시각'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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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은 오랜 시간에 걸친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눈의 놀라운 기능들을 살펴보면 흡사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대의 축복처럼 느껴진다.

이번과 다음 칼럼에서는 눈이 갖고 있는 뛰어난 기능들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매일 컴퓨터나 TV에 혹사당하는 눈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인간은 색깔을 매우 자세히 구별할 수 있다. 이는 망막 위에 존재하는 시세포 중 원추세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사람의 망막에는 대략 700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2,000만개 정도의 막대세포가 존재한다.

원추세포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각각 적ㆍ녹ㆍ청색 빛의 자극에 대한 감도가 높은 색소를 포함한 적추체ㆍ녹추체ㆍ청추체가 그것이다.

이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감지하는 정보를 근거로 뇌에서 매우 복잡한 정보처리가 이뤄지고, 그 결과 색깔이 인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빛의 삼원색(빨강, 녹색, 파랑)을 혼합해 다양한 색깔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세 원추세포가 어떻게 색깔을 인식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포유동물들은 일부 영장류를 제외하면 색깔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흔히 투우 경기에 사용되는 붉은 천은 황소를 흥분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을 흥분시키기 위한 것이다. 실제 황소는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흰색 천으로도 황소를 자극할 수 있다.

동물이 느끼는 빛의 파장 영역은 사람이 보는 가시광선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바퀴벌레를 포함한 대부분의 곤충들은 붉은 색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붉은 등을 켜 놓으면 바퀴벌레는 암흑 상태라고 느끼고 스멀스멀 기어 나와 방안을 돌아다닌다.

꿀벌을 비롯한 몇몇 곤충들은 사람이 못 보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색깔로 치장된 꽃의 상당수는 꽃잎 위에 꿀이 들어 있는 중심부를 향해 자외선 띠를 형성한다.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표시등인 것이다.

망막 위의 원추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빨강 녹색 파랑 중 하나 이상의 색깔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흔히 색각이상(색맹이라고도 불린다)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가장 흔한 색각 이상은 적색각 이상과 녹색각 이상으로, 전자의 경우는 빨강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후자는 녹색을 인식할 수 없다.

색각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X염색체에 존재하는데 열성 유전자다. 즉 여성은 XX염색체 중 하나만 정상이면 색각 이상을 느끼지 않지만 남성은 XY염색체 중 X에 문제가 있으면 색각 이상을 일으킨다.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색각 이상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의 약 6%, 여성의 약 0.4% 정도가 적록색각 이상이다.

세 가지 원추세포 모두 문제가 생겨서 색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전(全)색각 이상도 전체 인구의 약 0.003%에서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세상이 흑백 TV처럼 밝음과 어두움의 구분만 존재하는 회색 톤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세상일지 궁금한 독자들은 빛이 매우 흐린 밤에 보는 세상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원추세포는 매우 희미한 빛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감도가 훨씬 좋은 막대세포가 작동하면서 보는 역할을 떠맡는다.

막대세포는 오직 빛의 밝기만 느끼는 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밤에는 흑백의 세상만 보게 되는 것이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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