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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영원한 영화는 있어도 영원한 세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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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영원한 영화는 있어도 영원한 세트는 없다?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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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락한 폐광촌에 불과했던 인구 150여명의 오지 마을 강원 평창군 율치리는 요즘 매일매일이 잔칫집 분위기다. 75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3,200여평 세트로 인해 일약 관광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7월 영화가 개봉한 후 다녀간 관광객은 얼추잡아 지금까지 2만 여명. 평일에는 150명이, 주말에는 1,000명 정도가 영화 속에 그려진 동화의 마을을 찾아 율치리를 방문한다. 평창군도 3,500만원의 지원금과 부지를 제공하고 얻은 기대 이상의 관광효과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경남 합천군 가호리 2만 여 평에 지어진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도 영화의 명성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평양 시가지의 일부를 재현한 세트는 유료임에도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무려 10만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지만, 요즘 한국영화는 촬영이 끝나면 세트를 남긴다. 그리고 남겨진 세트들은 화려하게, 또는 쓸쓸하게 저마다 다른 유전(流轉)을 거친다.

세트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웰컴 투 동막골’과 ‘태극기 휘날리며’의 사례에서 보듯 흥행성적이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세트의 여생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지자체 등 유관단체와의 협조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실미도’ 세트는 지방자치단체의 ‘실수’로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도 천수(天壽)를 다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무단토지형질변경과 산림훼손 등의 혐의로 인천 중구청에 의해 고발된 ‘실미도’ 세트는 이 때문에 촬영이 끝난 후 황급히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20억원을 쏟아 부은 세트가 사라진 빈자리에 아직도 주말이면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인천시로서는 땅을 칠 일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세트의 인생도 ‘실미도’ 세트 못지않게 기구하다. 영화 제작사 LJ필름이 2년간 공을 들여 경북 청송군 주왕산 자락 저수지 주산지에 설치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세트는 영화촬영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위에 뜬 사찰이라는 초현실적인 동양의 신비를 현실화 한 것 때문에 세트는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해외 흥행에도 큰 몫을 해냈다.

청송군과 제작사가 3억원을 들인 세트를 관광상품화 하려 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반대와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끝내 철거됐다. 본 자리를 떠난 사찰은 개인에게 팔렸고,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 다시 팔려 땅 위에 설치되는 우연곡절을 겪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잘 나가는’ 세트도 쇠락의 과정을 겪는다.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의 ‘공동경비구역JSA’ 세트는 올해 말로 보존기간 5년을 채워 머지않아 철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지난해에만 관광객 32만명이 다녀갔지만 영화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면서 올들어 세트 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트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나 영화 유치도 방법이다. 합천의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는 내년 방송 예정인 KBS드라마 ‘서울 1945’ 촬영장으로 결정됐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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