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모습이 많이 달라졌죠?
저는 사흘 후 10월 1일이면 40여년 동안 콘크리트 밑에 갇혀 지냈던 인고의 세월을 딛고 다시 여러분 앞에 나서게 될 청계천입니다.
지저분한 하수로 덮여있던 저의 몸이 잉어와 피라미가 뛰노는 2급수 맑은 물로 말끔하게 새단장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악몽처럼 머리를 짓누르던 고가가 말끔히 철거된 대신 날아갈 듯 아름다운 22개의 다리 친구들을 새롭게 얻었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하늘을 보게 됐다는 것이에요. 누가 누가 더 푸른지 내기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란 가을 하늘이 저의 맑디맑은 몸맵시와 어울리지 않나요.
저를 이렇듯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신 서울시민들에게 오늘은 좋은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주말이면 “오늘은 어디에서 아이들과 지내야 공부도 되고 놀이도 될까” 고민하시던 부모님, 데이트할 곳 찾아 인터넷 뒤지며 “뭘로 그녀(그)를 즐겁게 해줄까” 궁리하시던 선남선녀, “퇴근 후에 달리기라도 하며 몸을 만들고 싶은데 마땅히 뛸 곳이 없네” 투덜거리시던 직장인, 제가 함께 놀아드릴게요.
제 몸은 훌륭한 놀이터랍니다. 가족, 연인, 직장동료와 함께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어요. 무교동과 피맛골의 군침 당기는 전통음식점부터 럭셔리한 레스토랑과 바까지 제 옆에 즐비합니다.
쇼핑몰과 풍물시장, 갤러리와 극장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밤이 되면 저와 함께 아름다운 조명 아래 흘러가는 냇물을 보며 서울생활의 번잡함을 접고 다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 보세요.
서울 도심 최대의 놀이터이자 휴식처인 청계천을 즐겨 보자구요. 자, 준비되셨나요. 이제 청계천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