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고, 부채 상환능력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가계부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ㆍ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532조6,000억원으로 3월말보다 20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가구 당 부채 규모가 3,241만원에서 3,373만원으로 132만원 늘어난 셈이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이 빚어졌던 2002년 3ㆍ4분기에 27조원의 가계부채 증가를 기록한 이후 11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2.03배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자산 증가속도보다 금융부채의 증가속도가 더 가팔라 부채 상환능력이 계속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이 지표가 각각 3.32배, 4.17배로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3~4배 많다.
시중금리가 지속 상승할 경우 가계 부담도 그만큼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은은 단기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1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8월 이후 효과를 내고 있는 만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우려할만한 상황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ㆍ31대책 여파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자칫 가계 발 불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채 상환을 위해 부동산을 앞 다퉈 매각할 경우 부동산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고, 금융자산 매물이 쏟아지면서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 금융자산 잔액은 5,107조9,000억원으로 3월말에 비해 108조6,000억원(2.2%) 늘면서 처음 5,0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잔액을 명목 국민소득(GNI)으로 나눈 금융연관비율은 6.46으로 전분기 말의 6.37보다 상승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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