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자기 뿌리가 없는 나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자기 뿌리가 없는 나무

입력
2005.09.27 00:00
0 0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 콩과 팥은 그렇다. 쌀과 보리도 그렇다. 오이와 참외도 그렇고, 고추와 가지도 그렇다.

그런데 과실 나무들은 꼭 그렇지 않다. 주먹만한 사과 속에 든 씨앗을 심는다고 그 자리에 주먹만한 사과가 열리는 게 아니다. 배도 그렇고 복숭아도 그렇고 자두도 그렇다. 아무리 큰 과실 속의 씨앗을 심어도 나중에 그 나무에 열리는 과실들은 아주 작고 형편없다. 제대로 된 과실을 얻자면 그 나무에 좋은 과실나무 가지를 다시 접 붙여야 한다.

처음 씨를 심은 과실과 가장 다른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 바로 감나무다. 아무리 큰 감의 감씨를 심어도 그 씨앗에서는 감나무가 아닌 고욤나무 싹이 나온다. 잎도 다르고 달리는 열매의 모습은 더욱 다르다. 감 큰 것은 어른 주먹보다 큰데, 고욤은 아무리 커도 메추리 알 절반 크기만 하다.

그런 고욤나무에 감나무 가지를 접 붙여야 비로소 감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제 곧 시장에 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감나무는 줄기와 가지로만 존재하지, 감나무 본래 성질의 뿌리가 없다. 이 세상 모든 감나무의 뿌리가 바로 고욤나무인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