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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국가대표 지상에선 대표이사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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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리 덥죠? 배도 고프고…, 사진 좀 빨리 찍을 수 없나요!”

25일 강원 평창 외곽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창공에서 날아 와 땅에 발을 디디자 마자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풀기에 바쁜 송진석(48)씨는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23일부터 3일간 평창에서 계속된 2005코리아패러글라이딩 리그3차전에 참가한 송씨는 여러모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50세를 눈앞에 둔 그는 이 종목에서 최고령 국가대표이자 또한 우리나라에 몇 없는 월드 베스트급 기업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송씨가 경영하는 패러글라이더 생산업체인 ㈜진글라이더는 한 해 매출이 100억원대인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 선수들이 패러글라이딩의 최고 무대인 세계패러글라이딩월드컵을 5연패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톱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젊은이 보다 순발력은 떨어지죠. 하지만 항공 스포츠는 체력 보다 숙련도가 더 중요합니다. 하늘에서 2~3시간씩 떠 있으려면 인내심도 강해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돼야 하죠.” 하루 24시간으로도 부족한 기업인으로서, 또 불혹을 훌쩍 넘긴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패러글라이딩 선수이기를 고집한다.

학생 때 취미로 행글라이딩을 시작한 그가 지금도 패러글라이딩 선수로 뛰는 가장 큰 이유는 패러글라이딩의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때문. 장비를 직접 개발, 판매하는 그는 이 날도 자신이 직접 고안한 신제품을 갖고 나와 시험 비행을 마쳤다. “선수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좋은 개발자가 될 순 없습니다. 직접 하늘을 날아 보고 제품의 성능과 조정성 등을 느끼고 확인해 봐야죠.”

이런 유별난 노력과 집념 덕인지 그의 기업은 창업 7년 만에 세계 톱브랜드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당시 개발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가 어려워져 퇴직하게 된 송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외국의 유명 선수들이 많이 도와준 덕”이라고 겸손해했다. 해마다 30% 가까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진글라이더는 수출로 매출의 9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선수로서도 그의 기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나이와 직업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1983년 행글라이더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태극마크를 지켜오고 있다. 올 봄 코리아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자연의 힘만으로 수천m 상공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땅이나 물에서 하는 스포츠와 달리 3차원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자연에도 친숙해지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기상이나 과학에도 관심이 커져요.” 매일 오전 경기 용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마친 후 인근 산에 올라가 직접 하늘을 날며 비행실험을 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은퇴요? 50대 넘어서면 모를까, 아직은 아니에요.” 세계 대회에 나가 친한 동료이자 월드스타들과 함께 창공을 누비는 즐거움을 그는 벌써부터 상상하고 있다.

평창=글 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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