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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알 뛰노는 놀이터/ '모래교체운동'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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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알 뛰노는 놀이터/ '모래교체운동' 불붙는다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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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이 득실거리는 모래 위에서 우리 아이들을 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노원구 주민 220명이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를 주기적으로 바꿔달라”며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에서 중금속과 기생충 알이 잇달아 검출돼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민들은 3일 ‘공동주택 어린이놀이터 모래 바꾸기 주민운동본부’까지 결성했다.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어린이 놀이터 모래 교체 운동에 나선 것은 자녀들의 건강 때문. 최근 지역의 한 환경포럼에서 ‘노원구의 0~7세 아동 25%가 병원 등 공식 치료기관에서 아토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민간요법 등으로 치료 받는 아동까지 포함하면 노원구 아동 2명중 1명이 아토피 환자였다.

주민들이 지목한 주범은 아이들이 매일같이 뛰고 뒹구는 공공놀이터의 모래. 주민 김현아(44ㆍ여)씨는 “노원구의 어린이 놀이터는 만든 지 15~20년 이상 됐지만 모래를 한번도 교체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며 “애완동물 배설물 등 오랜 기간 축적된 오염물질에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모래엔 유리와 나무 파편까지 박혀있어 어린이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사례도 속속 접수됐다. 주민운동본부 발기인 김명근씨는 “놀이터에서 놀다 온 다음날이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아이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구청 등 해당 관청은 어린이 놀이터 위생 및 안전관리엔 무심했다. 노원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많아 어린이 놀이터가 다른 지역보다 많지만 현행법상 공동주택의 시설 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가 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주민운동본부를 꾸리고 구청에 청원을 했다. 1년에 한 번 모래를 새 것으로 바꿔주고 6개월에 한 번씩 모래를 뒤집어줄 것을 요구했다.

노원구 김태선(38) 의원은 “6월 공동주택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져 아파트 놀이터나 공공시설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행정관청이 책임을 지고 안전도 검사 등을 실시하도록 주민자치운동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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