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리타’가 미국 남부를 휩쓴 것과 비슷한 시각 중국에 상륙한 제18호 태풍 ‘담레이’는 태풍 목록상 맨 처음 위치해있다. 아시아 14개국은 2000년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 태풍이름으로 목록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캄보디아가 제출한 ‘코끼리’란 뜻의 담레이는 첫번째 태풍인 셈.
그로부터 5년 여가 지나 목록에 포함된 태풍이름이 모두 쓰이고 다시 첫 이름으로 돌아간 것이다. 추석 직전 우리에게 피해를 준 제14호 태풍 ‘나비’는 137번째였다.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나비 외에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등이 있다.
■ 태풍에 이름을 붙인 건 1953년 호주의 일기예보관 클레멘트다. 같은 지역에서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하는 경우 태풍정보에 혼선을 주기 않기 위해서였다. 클레멘트는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여 행태를 태풍에 비유했다.
“현재 OOO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OOO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때 미 공군과 해군에서 태풍 이름을 지었는데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다 여성 운동가들의 항의로 남성이름과 여성이름을 번갈아 붙였다.
■ 예년보다 잦은 허리케인으로 준비해 놓은 이름이 동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허리케인 이름은 매년 사람이름 짓기가 어려운 QUXYZ를 제외한 21개를 첫머리로 사용해 만들어진다.
현재 남은 이름은 스탄, 타미, 빈스, 윌마 등 4개뿐. 보통 한 시즌에 6건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문제가 없었다. 올해는 17번째인 리타까지 소모됐으나 허리케인 시즌이 끝나려면 아직 두 달 반이나 남아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궁여지책으로 영어 알파벳이 소모되면 알파, 베타, 감마 등 그리스 알파벳을 이용하기로 했다.
■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4~5등급 허리케인의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따뜻해진 해수면 온도가 수증기 양을 늘리면서 허리케인 발생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70~2004년 열대 지방의 해수면 평균온도는 약 1도 상승했다.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허리케인 시그마, 허리케인 오메가가 출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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