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들은 난지골프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될까?
완공 후 15개월 동안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운영권 다툼으로 개장이 미뤄졌던 서울 난지골프장에 대해 체육진흥공단이 전격적인 ‘무료 개방’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체육진흥공단이 일방적으로 개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 완전한 사태 수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체육진흥공단 “서울시가 협약체결 거부”
체육진흥공단은 26일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달 4일부터 난지골프장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키로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재호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26일부터 임시개장하기로 구두 합의했으나 23일 서울시가 돌연 세부 협약 체결을 거부했다” 며 “2001년 7월 서울시와 맺은 협약서와 체육시설업 허가를 받은 점, 행정법원이 골프장 운영권이 공단에게 있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10월 4일부터 무료로 임시 개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0년 골프 꿈나무 육성과 골프 대중화를 명분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완공된 난지골프장은 퍼블릭 골프장으로서는 유례없는 ‘무료 개장’의 전례를 낳게 됐다.
체육진흥공단은 월~토요일 일출부터 일몰 3시간 전까지 선착순으로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전 5시부터 골프장 도착 순서에 따라 손목띠와 번호표를 나눠준 뒤 오전 7시부터 라운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불응하면 시설 폐쇄”
그러나 서울시는 체육진흥공단의 전격적인 무료 개방 방침에 대해 “협약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행태” 라며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과장은 “난지골프장은 체육진흥공단의 단독 사업이 아닌 서울시와의 공동 사업”이라며 “서울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설 사용비를 받지 않은 채 개장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어이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체육진흥공단과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중인 법정 소송과 상관없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난지골프장을 우선 임시개장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면서 “하지만 공공의 재산인 난지골프장을 체육진흥공단이 협약을 어겨가며 시에 기부채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체육진흥공단과 뜻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는 일단 10월 4일 공단측의 무료 개방 여부를 지켜본 후 서울시장 명의의 시설사용중지 명령을 서면으로 통보할 계획이다. 체육진흥공단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대집행에 나서 시설 폐쇄를 강행하는 등 강경 카드를 뽑을 방침이다.
1심에서는 서울시 패소
서울시는 2001년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부지 중 22만㎡(6만6,550평ㆍ지도 참조)에 연습장을 갖춘 9홀(파36)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부지를 무상 임대했다.
체육진흥공단은 150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완공한 후 3만원의 그린피를 책정했다. 서울시는 그린피가 비싸다며 체육시설이 아닌 공공시설로 개장하겠다고 반발, 결국 골프장 운영 주체와 성격을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체육진흥공단이 서울시와 마포구청을 상대로 낸 조례무효확인 및 체육시설업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는 모두 서울시가 패소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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