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백화점과 문화센터는 공존할 수 없다. 문화센터는 주거 지역 백화점의 전유물이다.’
그것이 유통업계의 상식이자 고정관념이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 영업본부 마케팅 담당 문화센터팀 권영규(사진ㆍ44) 부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인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문화센터를 도입한 것이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한동안 고객서비스의 보조 수단이자 내점 고객를 늘이기 위한 판촉 수단으로만 인식돼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문화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 부장은 본점 개관을 앞두고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백화점 문화센터를 왜 이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강사와 강의 수준 때문’, 나머지 절반이 ‘집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자 도심 문화센터의 성공을 확신했다.
비록 접근성 측면에서는 주거 지역 백화점보다 취약하지만 강의와 강사진 구성만 좋으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직장인 밀집 지역이면서도 강남보다 문화 공간이 적은 탓에 강북에서 도심 문화센터를 운영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자녀교육 강좌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대신 성인 대상 강좌를 크게 늘렸습니다. 특히 50대 여성 전용 강좌, 직장인 강좌에 주력했는데 그게 주효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을 위해 인라인, 승마, 레스토랑 투어 등 주말 취미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성 직장인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요리 등 점심강좌도 개설했다. 유명 브랜드나 전문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강사진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권 부장은 물론 동종 업종에서조차 놀랄 정도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수강 신청 1주일 만에 1,000명의 고객이 회원 신청을 했고, 신청기간 마감 일주일 전에 이미 전체 모집 정원(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3개월 동안 운영되는 한 학기 동안 신세계 본점을 방문할 고정 고객 5,000명을 확보한 셈이다.
1989년 입사한 뒤 94년부터 11년 동안 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의 문화센터 업무를 담당해온 권 부장은 백화점 문화센터를 평생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포부다.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하면 중장년층의 교육 욕구가 더 강해질 겁니다. 경제력 있는 중장년층을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도 제대로 된 문화와 지식을 파는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봅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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