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선 의원들의 무책임한 폭로와 정치 공방, 피감기관장 몰아붙이기 같은 구태가 많이 줄었다. 일부 법사위원들과 피감기관인 검찰 간부들의 술자리 파문, 민노당의 통외통위 국감장 점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태가 있긴 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정쟁 보단 민생 국감에 치중하려 애썼다.
특히 국감 현장이 국회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되는 풍경이나 의원과 보좌진이 손품과 발품을 팔아 만든 생생한 시각물들이 고성만 오가던 국감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디지털 바람
국회는 1988년 국감 부활 이후 처음으로 홈페이지(http://assembly.webcast.go.kr/)를 통해 국회에서 열리는 국감을 생중계하고 있다. 농림부 등 일부 피감기관도 홈페이지에 그날그날 국감 내용을 올리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국민이 실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는 압박 때문인지 의원들의 출석률은 높아지고 고성이나 삿대질은 줄었다.
회의장마다 종이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인 풍경도 사라지고 있다. 교육위 국감에선 의원들이 교육부가 CD에 저장해 제출한 자료를 노트북을 통해 열람하며 질의를 했다. 재경부도 CD 활용으로 수천만원 대의 종이 값 절약을 기대한다. 23일 산자위 국감에선 뉴욕 무역관 등을 화상으로 연결했다.
■ 나 좀 보세요.
비주얼이 강조된 국감이라는 것도 특징. “백마디 말보단 증거로 말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성인오락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변종 성매매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리당 제종길 의원은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환경부 청사에 나타났다.
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서울시 지하철에 비치된 방연 마스크를 2분간 직접 써본 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토로했고, 같은 당 이영호 의원은 땅콩 두 포대를 농림부 국감장 바닥에 쏟은 뒤 전문가들에게 “품질별로 나누어 보라”고 시켰다.
■ 줄어든 정쟁 속 여전한 구태
22일 산자위 국감에선 여야 의원들이 김용갑 위원장 자리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손을 잡고 “파이팅, 민생 국감!”을 외치며 무정쟁 결의를 다졌다. 산자위는 자료요청을 놓고 언쟁을 벌이는 대신 ‘피감기관 평가소위’를 만들어 국감 태도를 평가하기로 했다.
23일 노동부 국감에선 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최근 팀제 개편 인사에서 여성 팀장이 된 공무원들을 따로 불러 “박수로 격려해 주자”고 해 때 아닌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볼썽 사나운 모습도 있었다. 국세청은 22일 국감에서 여성도우미를 고용해 의원 안내를 맡게 했고, 23일 해양부 국감에선 일부 의원들이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오거돈 장관에게 면박을 주었다. 지역별 1,2개 고교의 진학률을 전체 진학률로 포장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자료 등 ‘한 건’을 위해 무조건 선정적 제목을 뽑은 일부 자료들도 빈축을 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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