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42.195㎞ 코스에서 전개되는 마라톤으로 치면 지금 막 40㎞ 지점을 넘어선 셈이다.
이 지점까지 인내심으로 잘 달려온 어느 마라토너라면 여기서 가볍게 스퍼트는 할지언정 신발을 바꾸어 신거나 옷을 갈아입지는 않는다.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학습 방법을 바꾸거나 불안감에 쫓겨 자꾸만 새로운 내용이나 핵심 요약을 표방한 교재를 기웃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입시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무리 학습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까지 학습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교재와 방법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해 가는 것이 좋다.
6월과 9월에 치른 모의평가를 분석해 보면 2006학년도 언어영역 시험의 출제 경향을 내다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짚인다. 우선 무리하게 신유형 출제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것은, 남은 기간에 새로운 내용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는 앞서의 주장에 대한 당위적 전제가 된다.
그런 만큼 기출 문제와 친숙해지는 것이 올해 수능시험을 성공으로 이끄는 좋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예년에 비해 <보기> 의 개수를 현저하게 줄여 정보량을 조절했다는 점은 10개의 지문 독해 시간까지 포함하여 한 문항을 1분 30초에 해결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시간 안배와 관련하여 퍽 다행한 일이다. 보기>
무엇보다도 중요한 단서는 9월 모의평가(‘사미인곡’, ‘사씨남정기’)에서 문학 작품이 대개 문학교과서 내의 낯익은 지문이 선정되고 있다는 점, 고전문학의 경우 기출 작품이라도 또 다시 지문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학적 가치가 있는 고전문학 작품의 범주가 워낙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앞으로의 학습 전략을 영역별로 알아 보자.
듣기는 최근 시사적이고 실생활과 밀접한 제재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 자체는 매우 평이하게 제시되는 추세이므로 유난히 듣기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EBS 매뉴얼 체계에 700문항 정도가 탑재되어 있음)이 아니라면 EBS 파이널모의고사나 국어듣기 강좌 몇 개를 청취함으로써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면 마무리하면 된다.
방송을 듣기 전에 문제 먼저 보기, 정보를 들으면서 요점 메모하기 등의 습관이 중요함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쓰기인데, 비교적 단기간에 공략이 가능한 만큼 적절한 대응책이 중요하다. 쓰기도 시사적, 실용적인 제재로, ‘계획하기-표현하기-고쳐쓰기’라는 쓰기의 전 과정에 걸쳐 고르게 출제된다.
따라서 폭넓은 배경 지식(다양한 문제 풀이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의 습득과 함께 글감 연상하기, 자료의 해석과 활용, 개요 작성, 퇴고 과정에서의 문법적 원리 등을 철저히 익혀 두어야 한다.
특히 수험생들이 두려워하는 어휘 어법의 경우, 국어(상) 부록에 있는 '한글 맞춤법', 국어교과서의 학습 활동 부분이나 국어생활 교과서에 소개된 문법 개념을 익혀 둠으로써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
문학은 18종 문학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중심으로 공부하되, 2005학년도 본수능과 올해 모의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널리 알려진 작품을 지문으로 선정할 경우, 시중 참고서의 내용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출제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측면에서 낯선 작품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문학사적으로 위상이 확고한 유명 작가의 낯선 작품 중, EBS 교재에만 수록된 작품들을 접해 보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고전문학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은 기출 여부와 상관없이 폭넓게 익혀 두어야 한다. 비문학이 여섯 지문, 문학이 네 지문으로 제시되지만, 배점상으로 보면 36(37) : 40(39) 정도이므로 문학 제재를 소홀히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시에서는 현대시와 고전시가의 복합지문 형태가 유력시되는데, 우선 지문 구성의 이유(작품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주목)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며, 화자의 정서나 처해 있는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태도, 시어의 함축적 의미와 이미지, 표현상의 특징에도 유의해야 한다.
소설에서는 소설 구성 요소(인물, 사건, 배경)에 두루 주목해야 하는데, 서술상의 특징을 기본으로 하여 인물의 성격과 태도 및 갈등의 양상, 작품의 서사적 구조, 배경과 소재의 기능 등을 묻는 문제가 중점적으로 출제된다는 점을 알고 정리해 가야 한다.
올해의 경우 수필 대신 희곡 작품이 출제될 가능성이 짙은데, 극문학에서는 갈래상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고, 인물의 성격·태도&·정서의 추리, 갈래 바꾸어 표현하기, 갈등의 양상과 대화의 특징을 파악하는 유형에 익숙해져야 한다.
수필이라면 무엇보다 관점의 파악이 중요하고, 정보의 효용성을 추리하는 문항,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문항 등이 잘 나온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EBS 교재의 활용이다. EBS 교재의 실질 반영률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출제를 위한 합숙 단계에서 반드시 EBS 교재를 가지고 들어간다는 것이며, 또 출제 과정에서 일정 비율은 어떤 형태로든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험상으로 보면 비문학보다는 문학 쪽에서 직접 반영 비율이 높다는 것이고, 특정 작품이 활용되는 경우 해당 교재의 답지 내용이 상당 부분 응용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능 특강’, ‘시문학’, ‘소설문학’, ‘비문학’ 교재를 보아 왔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10주 완성’, ‘파이널 모의고사’ '언어영역 300제’를 공략해야 한다. 그리고 EBSi를 통해 제공되는 마무리 요약 특강 강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문제는 지문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답과 오답의 근거가 반드시 지문 속에 담겨 있으므로, 문학과 비문학을 불문하고 그 근거를 찾는 연습을 거듭 반복하다 보면 문제 해결 능력이 한 단계 향상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인봉 서울 잠실여고 교사ㆍEBS 수능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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