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해진 것일까. 혹은 금융기관들이 안이해진 탓일까.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험금을 타내려는 각종 보험사기, 남의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몰래 쓴 행위 등 크고 작은 금융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는 총 1만6,513건. 전년(2003년)보다 77.3%나 급증했다. 매일 50건 안팎의 보험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적발되지 않은 건을 포함하면 보험사기는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기금액은 총 1,290억원이었다. 이 역시 1년새 112.9%나 증가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올들어 6월까지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1만676건에 금액은 824억원이다. 이 추세라면 연간 보험사기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기의 대부분은 자동차보험 관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기유형은 ‘운전자 바꿔치기’가 5,0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컨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형사처벌이 무서워 술을 안마신 동승자가 운전했다고 허위신고하는 경우다.
다음으론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사고피해를 과장하는 경우(2,789건),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경우(2,203건), 사고가 난 뒤에 보험에 가입한 경우(1,449건) 등의 순이었다.
작년에 적발된 보험사기범은 모두 5,470명으로 이중 20대가 41.5%를 차지했다. 특히 19세 이하가 456명으로 1년 사이에 181.5%가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는 110명이 적발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2002년 신용카드 명의도용에 의한 부정사용 금액은 94억9,500만원이었으나 2003년에는 212억1,5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 해에는 부정사용액이 무려 518억8,700만원에 달해 1년전의 2.4배, 2년전에 비하면 무려 5.5배로 불어났다.
또 명의도용 부정사용액이 전체 신용카드 부정사용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3.9%, 2003년 32.5%, 지난해 62.2%로 크게 늘어났다.
남의 이름을 도둑질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도둑질한 이름으로 버젓이 카드를 쓰고 다닐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신용카드 명의를 도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금융기관들의 신용카드 발급관리가 허술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카드사들이 발급과정에서 본인 여부 확인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명의도용에 의한 신용카드 부정사용액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 등 은행권에서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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