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힐 것인가. 청소년 독서교육 모임인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줄여서 ‘책따세’)이 이 고민에 답하는 ‘책따세와 함께 하는 독서교육’(청어람미디어 발행)을 냈다.
추천도서목록을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독서교육의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겪으면서 학교 현장에서 쌓은 값진 노하우를 담고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하다.
책따세가 일 년에 두 번 발표하는 방학 추천도서목록은 다른 어느 목록보다 신뢰도가 높다. 반드시 학생들과 함께 읽고 반응을 살핀 다음 진지한 토론 끝에 엄선하기 때문에 어른이 권하고 정작 아이들은 읽지 않는 책은 빠져 있다.
하지만 책따세가 만든 목록을 선전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그건 부록으로 실었고, 본문은 교사나 학부모가 각자 상황에 맞게 직접 목록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목록의 상업화와 획일화를 경계하며 다양하고 알찬 목록이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책따세 교사들이 현장에서 부닥쳤던 문제들과 해결 과정, 실천 사례가 많이 나온다.
책을 고르는 분명한 철학과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꼼꼼하고 구체적이어서 더욱 좋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추천도서 목록 작성법, 목록을 이용한 독서교육법을 알아본다.
추천도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
책 읽을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인 청소년들이 쉽고 즐겁게, 보람 있고 알차게 책을 읽게끔 도와주는 도서목록, 나아가 교사들이 적극적이고 알차게 독서지도 할 수 있는 목록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추천도서목록을 왜 만드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책따세는 흔한 기존의 추천도서목록이 ‘엉성’할 뿐더러 ‘청소년의 책읽기를 공연히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목록을 만드는 것은 ‘정보 홍수의 시대에 귀중한 정보를 찾는 능력이 더욱 높게 평가되듯이, 책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좋은 책을 찾아내는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독자의 수요다. ‘수용자의 상황과 수준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독서지도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 책이 얼마나 해당 주제를 풍부하고 충실하게 다루었나를 따져야 하고, 청소년이 읽기에 쉬운 책인가를 살펴야 한다. 바람직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가도 기준이다.
목록을 추렸다면 그 중에서 최종으로 책을 골라야 한다. 우선 해당 분야의 다른 책을 대표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읽고서 다른 주제나 분야의 책으로 관심을 확장시킬 만한 책일수록 좋다.
한 권의 책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주제와 내용을 복합적으로 담았는지 따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고른 책들이 어느 하나의 분야나 장르, 주제, 출판사 등에 치우치지 않았는가 따져 봐야 한다.
추천도서를 이용한 독서교육
입시교육 현실에서 독서교육의 길을 찾는 한 교사는 ‘책 소개’를 권장한다. 그냥 그 동안 자기가 읽은 책들을 떠올려서 적고, 그 책들을 나름대로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구분해 보고, 각각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써 보는 활동이다.
한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관념적인 언어로 쓰지 않은 글을 ▦학생들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학급문고를 운용했던 교사는 아침마다 10분씩 책 읽기가 효과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상황표나 독서기록장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학급문고나 도서관 장서 중 어떤 책의 반응이 좋은가를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도서목록을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책을 권해서 읽는 것도 독서의 폭을 넓히고 양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가정에서, 또래 사이에서 효과적이다.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은 대개는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기 때문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훌륭한 독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구룡중 서미선 교사는 “공부와 똑같은 의미를 가진 책읽기가 아니라 저절로 빠져드는 즐거운 책읽기”를 바란다며 “쉽고 재미있는 추천도서목록이 필요하고, 권장도서나 필독도서는 적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