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경지를 연극으로 옮긴다.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소 등에 나비’는 일체의 언어를 배제, 철학과 해학을 한 데 녹인 연극이다.
수행중인 벙어리 선사가 자신을 찾아 온 소에게 도를 설파하려다 그 소를 잃어 버린다. 선사는 거기서 별의별 인간들을 만나고 놀림만 받는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때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 다다른다.
무대 구도가 독특하다. 주무대에는 불상 조각들이 배치돼 있고, 보조 무대에는 천을 드리워져 있다. 그 천은 슬라이드와 이미지가 투사되는 영사막의 기능도 한다.
조각과 영상 사이의 공간을 배우들의 연기로 채운다. 일곱 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앙상블은 인간이 육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너머의 경지를 보여 준다. 불교에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인간을 형상화한 심우도(尋牛圖)를 희곡으로 발전시킨 셈이다.
창작 춤 집단 ‘가관’의 단원인 안무가 최은화의 참여로 한 편의 무용극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교한 몸놀림이 인상적이다.선사, 소백정, 논다니 등 등장 인물의 개성이 그대로 구현돼 있는 의상도 볼만하다. ‘난타’로 대표되는 비언어 퍼포먼스가 동양 특유의 철학과 해학을 만나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 셈이다.
제 9회 수원 화성 연극제에서 우수 신작으로 선정된 이래 제 1회 부산 야외극 페스티벌에서 공식 초청되는 등 여러 무대에서 검증을 받았다. 이해제 작, 신호 연출, 정재성 신승용 등 출연. 10월 2일까지 혜화동 1번지. 화~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오후 4시 7시 (02)743-092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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