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을 빌어 ‘건설회사들이 언론의 부동산관련 기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8ㆍ31 부동산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려면 언론을 잘 막아야 하는데 언론 뒤에는 건설회사와 건설협회가 있다고 본다”며 장관의 동의를 구한 이강래 의원의 정치편향성 발언도 문제지만, 추 장관은 마치 그런 물음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맞장구를 쳤다.
야당의원들이 발언의 뜻을 재차 확인하며 취소를 요구하자 추 장관은 한술 더 떠 “취소는 않겠다. 모든 언론은 아니지만 (건설업계가 언론 논조를 조종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사례를 제시하라는 질문에는 핵심을 피해가며 “과거 경험에 의하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래 놓고 뒤늦게 “건설경기 동향에 따라 언론보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는 요령부득의 해명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언론이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언론개혁의 화두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혹은 재정자립으로 옮겨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나의 주장이 틀린다는 증거를 대라”고 언론에 강팍한 입증책임을 지운다면 참으로 황망(慌忙)하다. 일부 언론이 부동산대책의 큰 줄기를 외면한 채 세금에 대한 보통 국민들의 저항을 부추기는 쪽으로 문제를 몰아간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추 장관의 저급한 인식과 그로 인해 초래될 정책불신에 대해선 본인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총선 출마-낙선-장관 기용’의 과정에 감읍해 ‘정치장관’의 충성심을 보여주겠다고 이렇게 덤볐다면 더 큰 문제다.
어떤 정책을 입법화하는 것은 입안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든다. 그런 지혜를 짜낼 생각 대신 용맹으로 한건 하겠다는 관리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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