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완고한 지역의 벽을 허물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대통령 노릇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 얘기를 꺼냈을 때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질타로 화제가 됐던 칼럼을 책 제목으로 뽑았다.
현 언론인들 가운데 국제, 안보 문제에 관한 한 가장 탁월한 식견과 정교한 논리로 평판이 높은 한국일보 강병태 논설위원의 칼럼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이라크전쟁을 미국의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적 성격의 전쟁으로 일찌감치 꿰뚫어 본 2003년 1월의 칼럼을 이 같은 견해가 보편화한 지금에 읽어보면 그의 남다른 혜안에 무릎을 치게 된다.
보수와 진보가 제각각 입맛에 맞는 견해로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요즘, 세상을 제대로 읽고 싶은 이에게 열린 시각으로 본질을 꿰뚫는 그의 글을 권한다. 세창미디어 1만2,000원.
▲ 코 앞에서 본 중세 / 키아라 프루고니 지음
생활사로 본 증세는 활력의 시대
이탈리아 로마2대학 중세사 교수인 저자는 중세가 통념처럼 ‘암흑의 시대’가 아니었음을 물건의 생활사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책에서 중세의 발명품으로 언급하고 있는 물건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안경, 종이, 대학과 같이 학문연구와 관련된 것부터 체스, 카드, 카니발 같은 오락, 단추, 속옷, 버클 등의 패션, 파스타, 포크 등 음식 분야, 편자나 창 조준대, 말 어깨줄 같은 전쟁을 망라한다. 심지어 산타클로스도 중세의 발명품이다. 초기의 시계에는 바늘이 없었다. 종 같은 소리로 시간을 알릴 뿐이었다.
그래서 영어의 ‘clock’과 같은 어원을 가진 독일어의 ‘gloke’나 프랑스어의 ‘cloche’는 지금도 종을 가리킨다. 중요한 생활용품이나 습관이 창안, 또는 전래된 역사를 살피면서 저자는 중세가 결코 무지몽매했던 먼 과거가 아니라 특유의 개성과 활력이 넘쳤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곽차섭 옮김. 길 2만2,000원.
▲ 안도에게 보낸다 / 퇴계 이황 지음
퇴계가 손자에게 쓴 편지 모음집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는 손자 안도에게 건 기대가 만만치 않았다. 1565년, 66세던 해 10월 23일 26세의 안도가 시험에 낙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때 편지에는 ‘애초에 네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요행이라 여겼으니 이제 또 무슨 아쉬움이 있겠는가’라고 애써 태연했지만, 직전에 쓴 편지에서는 ‘(네가) 과거를 치렀음을 알게 되니 마음은 놓인다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아직도 합격자 명단을 보지 못했으니 누가 합격하고 누가 낙방했느냐?’고 몹시 궁금해 했다.
급기야 손자의 낙방 답안지까지 구해본 퇴계는 이듬해 4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네가 과거에 응시해 제출한 논문을 보니 위쪽 4행과 5행은 의미가 너무 보잘 것 없구나.
그래서 등수에 들지 못한 것이니 나머지는 일일이 적지 않는다.’ 대학자 퇴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서간 모음집이다. 정석태 옮김. 들녘 1만3,000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