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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셰익스피어도 부동산 투자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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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셰익스피어도 부동산 투자 열중?

입력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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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존 맥스웰 해밀턴 지음ㆍ승영조 옮김 / 열린책들 발행ㆍ1만8,000원

책의 적

윌리엄 블레이즈 지음ㆍ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발행ㆍ9,800원

점심 한끼를 포기하는 대신 책 한 권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해 본적이 있다면, 청계천 헌 책방 순례에 나서 본적이 있다면 희소식 하나가 있다. 돈은 없어도, 사랑을 못해도 책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낄낄거리다가 분노하다가 그래도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동질감을 느끼며 감동하게 될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기 때문이다.

먼저, 카사노바가 그의 구원자이자 종교였던 여성보다 한 차원 더 책을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카사노바는 책을 사랑했다’를 보자. 책을 모으는 게 취미고 독서가 특기이며 그럴법한 서재를 꾸미는 게 꿈인 인종들을 위한 기발하고, 미처 몰랐으며 꼭 알고 싶은 지식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그 유명한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이 단 돈 20파운드에 자신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겨 버렸다면? ‘햄릿’을 필두로 21세기에도 여전히 스테디셀러인 책을 양산한 셰익스피어가 책을 내서 돈을 버는 대신 부동산 투자에 열중했다면?

이 기이하고 즐겁고 그러나 쓸쓸한 역사적 사실들을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학장이자 방송 평론가인 저자는 경쾌하고 통렬한 어조로 전해준다.

많은 나라의 대다수 성원들이 문맹을 면했고 그러기에 누구나 작가 지망생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팔리는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그가 던지는 제안은 발랄하다. 작가가 귀족에 빌붙는 호시절이 이미 끝났으니 정부가 창작 활동을 보조해주는 공무원이 되거나 수준은 영 떨어져도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촌 동네 우체국장이 로비까지 불사했던 저자 윌리엄 포크너나 나다니엘 호손을 비롯해 징역살이를 통해 집필할 시간과 발상을 얻었던 프랑스 소설가 장 주네와 수십만 권을 팔아 치운 오프라 윈프리의 마케팅 전략까지. 책의 생산과 유통, 소비와 오늘날의 처지에 이르는 방대한 과정에서 그가 들춰내는 책 동네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끝이 없다.

그런가 하면 일찍이 그 누구보다 책을 사랑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출판인이자 서지학자인 윌리엄 블레이즈가 사라져가는 책들을 옹호한 ‘책의 적(敵)’도 있다.

종교나 이념이 서로 다른 이들을 멸절하기 위한 수단이던 ‘분서(焚書)’, 관리 상태가 터무니 없는 도서관을 습격하던 물과 다종다양한 좀들…. ‘고서를 소유한다는 것은 신성한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라고 믿었던 저자는 이 위대한 책을 공격했던 일체의 정체를 규명한다.

그 적들 중에는 서재를 청소한다는 명목 아래 무의식 중에 책을 파괴하는데 일조하는 주부와 ‘실낙원’ 초판을 장난감으로 여기는 어린아이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적은 책에 대한 무관심과 그 결과로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다.

책 읽기의 의미가 날로 퇴색해 가고 독서 인구가 격감하는 이 시대에 두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기껍다. 하수상한 시절일지라도 책은, 책 읽는 이들의 생존은 계속된다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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