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심(軍心)’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각종 군 관련 정책에 대한 군 내ㆍ외부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들끓는 군심의 중심에는 8ㆍ31 부동산 대책과 국방개혁이 자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군 부대시설을 내몰고 국방개혁도 군심을 무시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직전”이라는 말로 군 주변 여론을 전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는 듯 국방부는 이날 정부측에 군 사기 진작을 위한 과제를 던지고 나섰다. 송파신도시 건설로 폐쇄가 불가피한 남성대골프장을 대체할 별도의 골프장을 수도권에 건설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국방부는 또 군의 사기와 복지를 위해 송파신도시 조성으로 건축될 2만6,000세대의 임대주택(아파트) 일부를 군 장병들에게 할당해 주도록 함께 요청했다. 남성대골프장 인근에 군 복지타운을 만들어 군 자녀 기숙사와 현재 종합행정학교내에 있는 군사문제연구소 사무소, 연구위원들의 사무실을 두는 방안도 들어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군 부대시설을 이전 및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8ㆍ31 부동산 대책이 군 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됐다는 군 안팎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실제 8ㆍ31 대책으로 특전사령부와 국군체육부대, 남성대골프장, 육군종합행정학교 등의 군사시설이 이전 및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군에서는 “군대가 혐오시설이냐”는 비난이 거셌다.
특히 정부가 8ㆍ31 대책을 마련하는 관계부처 회의에서 국방부 당국자는 빠졌고, 이로 인해 국방부 입장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군심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장교를 포함한 병력감축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안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국방개혁안이 공개되자 영관급 장교들이 “군인을 일반 회사원 다루듯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동요했다.
특히 윤광웅 국방장관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예비역들은 (국방개혁을 놓고) 현역을 부추기지 말라”고 언급한 부분이 전해지면서 군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윤장관은 21일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 회원들에게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군 수뇌부는 군심을 끌어안지 않고는 국방개혁의 돛 조차 올리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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