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리타’ 상륙을 하루 앞둔 23일 (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는 대탈주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텍사스의 휴스턴에서 루이지애나의 배턴 루지에 이르는 대피 인파는 200만 명으로 추산됐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주민들을 향해 “동도 서도 아닌 북으로 가라”고 외쳐댔다.
외신들은 끝없는 피난 행렬로 160㎞에 걸친 고속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며 사상 최대의 탈주극이라고 전했다. 10㎞ 이동에 3시간, 평소 10분 거리가 10시간 넘게 걸리면서 기름이 떨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안전 지역의 호텔은 만원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가 바닥난 주유소도 속출, 당국은 ‘탈주용’로 연료 20만 갤런을 군을 통해 긴급 공급하고 있다.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본부는 국제우주정거장의 통제를 러시아에 넘기고 소개됐다.
리타는 현재 갤버스턴 남동쪽 500㎞ 해상에서 시간당 16㎞의 속도로 북상 중이다. 진로를 동쪽으로 우회해 24일 새벽 텍사스 갤버스턴과 루이지애나 사이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보다 다소 약해진 4등급이지만, 아직 카트리나와 동급 위력을 지니고 있고, 집중호우와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리타의 최대 피해지로 예상되는 갤버스턴은 주민의 90%가 도시를 떠나면서 1900년 무명의 허리케인에 당한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 3주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 80%가 침수된 뉴올리언스는 이날부터 열대성 폭우의 영향권에 들어 재침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준전시 상태에 들어간 연방 정부의 대비에도 불구하고 피해 예상 지역의 빈민층은 이번에도 대피 행렬에 끼지 못해 인명 피해가 늘어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500㎞에 이르는 리타 피해 예상지는 미국 정유시설이 4분의 1이 밀집돼 있어 심한 손상이 발생할 경우 원유시장이 다시 홍역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리타 발 오일 쇼크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밀집된 정유ㆍ화학 공장에서 원유와 독극물 유출로 인한 리타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AP 통신은 미국 과학계가 한때 허리케인을 인공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나 결국 포기했다고 전했다. 화학 물질이나 빙하를 이용해 진로나 위력을 조정하거나, 핵 폭탄을 터뜨려 맞불작전을 펴는 방안 등이 제시됐지만 모두 현실성이 없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측은 허리케인의 위력을 10메가톤급 핵폭탄을 매 20분마다 터뜨리는 것에 비유했다.
이태규기자 외신=종합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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