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부실감사' 책임을 둘러싸고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다.
코오롱그룹은 21일 이웅렬 회장, ㈜코오롱, 코오롱글로텍, 코오롱건설, 하나캐피탈, 코오롱제약이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인해 회사자금 473억원 횡령사고가 발생했다며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실손실액의 절반인 2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코오롱캐피탈(현 하나캐피탈) 횡령사고 당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이 회사자금이 빼돌려진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부실감사를 이유로 회계법인에 제기된 것(소송가액기준)으로는 최대규모이다.
이 회장 등은 소장에서 “코오롱캐피탈 자금담당 상무 정모씨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회사자금 473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한 불법행위가 지난해 9월 발각됐는데도, 삼일회계법인이 이를 파악하지 못해 회사가 손해를 봤다”며 “도중에 예금 잔액 조회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측은 당시 코오롱캐피탈의 손실 보전을 위해 ㈜코오롱에서 251억원,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제약에서 각각 68억원, 58억원을 납입했으며 코오롱글로텍은 53억원, 이 회장은 43억원을 출자했다. 만일 코오롱이 승소할 경우 부실회계가 밝혀진 업체나 회계기준을 위반한 기업들의 해당 회계법인에 대한 유사소송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이에 맞서 이웅렬 회장과 감사 등 경영진에 대해 형사소송과 함께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청구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코오롱의 이번 소송은 회사가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책임을 회계법인에 전가하는 것으로 ‘도둑이 되레 경찰에게 왜 도둑질을 적발하지 못했냐며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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