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님, 안녕하시지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이 글을 띄웁니다.
공 의원님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신분석을 감행하셨습니다. “노 대통령은 왼쪽, 오른쪽 뇌를 연결시켜 주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 정상국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지요. “요즘 아이들 말로 해서 저하고 노무현이 맞장 뜨는 사태가 곧 온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자아도취형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의 허풍일 뿐이다. 하룻강아지가 범과 맞장 뜨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자 공인으로서의 예의”라고 논평했습니다.
그러자 공 의원님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를 위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하셨습니다.
●盧대통령 정신분석 발언 실망
제가 순간 떠올린 건 한양대 재직 시절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학자이자 미래학자였던 공 의원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깔끔한 외모에 유창한 언변을 갖춘 공성진 교수는 한양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었지요.
저는 공 의원님이 정계에 진출하셨을 때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제가 사랑하는 정당은 아닙니다만, 공 의원님 덕분에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 의원님은 미래학보다는 정신분석학에 더 매료되었던 모양입니다. 정신분석을 하자고 들면 ‘정상적인’ 정치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여야 의원들이 앞 다투어 상대 정당 의원들에 대한 정신분석 서비스를 베풀고자 할 경우 ‘정상 국회’가 가능하겠습니까?
공 의원님도 인정하시리라 믿습니다만, 지금 한국정치는 강경파들끼리의 ‘적대적 공존관계’ 구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만약 한나라당에서 합리적 온건파가 득세하면 열린우리당에서 전투적 강경파가 설 땅이 있겠습니까? 없지요.
그래서 두 정당의 강경파는 자기 당에서의 입지 확보를 위해서라도 상대 정당을 자극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일부러 하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또 그런 식으로 열성 지지자들의 피를 끓게 해야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오르는 효과도 있겠지요.
저는 공 의원님을 한나라당의 강경파로 보진 않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된 거지요. ‘적대적 공존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치판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불러올 게 뻔한 그런 서비스를 베풀 생각을 하셨느냐는 거지요.
혹 ‘맞장 뜨는’ 효과를 노린 건가요? 그런 식으로 맞장 뜨지 않고선 도무지 뜰 길이 없을 만큼 공의원님의 자질과 역량이 모자란가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그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세간의 여론은 한나라당이 주로 ‘수구 꼴통’ 이미지에 어울리는 일만을 한다고 보기 때문일 겁니다.
●예전의 미래지향적 자세 아쉬워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전과 대안 제시에 주력하면서 ‘입’만이 아닌 ‘온몸’으로 민생을 살피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크게 오르겠지만,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것처럼 보입니다.
공 의원님이 분노하고 개탄할 대목은 바로 그 점이 아닐까요? 과거의 유능한 미래학자로 돌아가서 한나라당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밝혀주는 게 주요 책무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제가 아직 공 의원님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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