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사령탑은 으레 국정감사가 시작될 때면 정책 국감을 표방하고 나선다. 국감을 하루 앞둔 21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지엔 물음표가 찍힌다.
이번 국감엔 옛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도청과 X파일 등 격한 정치적 공방을 유발할 휘발성 높은 현안이 즐비해 정부 정책 및 예산집행 감사라는 국감 본연의 목적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10ㆍ26재보선을 의식한 여야가 자극적 정치공세를 남발할 가능성이 농후해 자칫 파행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국감의 주 테마는 아무래도 X파일이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법사위 정보위 과기정통위 등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증인, 참고인 선정을 두고 여야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법사위에선 X파일에 담긴 1997년 대선당시 삼성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전ㆍ현직 검사의 떡값 수수의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보위에선 김대중 정부 당시 불법도청 실태, 국정원 재편 방향을 두고 여야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 공방을 앞둔 여야는 증인 신청 문제를 놓고 오픈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보위에서 여당이 X파일 사건과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추진하자, 한나라당은 천용택 신건씨 등 DJ정부 당시 국정원장들을 증인으로 데려 오자며 맞서 있다. 이 회장과 홍 대사는 법사위에서도 증인 공방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세금문제 역시 X파일 못지않은 여야 공방 거리가 될 것 같다.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나라당이 “경제가 어려울수록 세금을 줄이고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재경위 등을 통해 쟁점화할 태세다.
우리당은 “감세의 정책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맞서있다. 재경위에선 삼성그룹의 위법행위도 논란이 될 것 전망이다. 삼성의 기아차 인수시도 의혹 등과 관련, 이 회장을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가 이 곳에서도 논란이다.
국방위에서는 국방개혁안을 놓고 전력공백 우려 논란이, 통외통위에서는 6자 회담 타결 이후 후속대책과 정부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 문제, 금강산ㆍ개성 관광 사업을 둘러싼 설전이 불가피하다.
농해수위도 쌀 협상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맞서 있어 마찰음이 예상된다. 문광위에선 정수장학회 문제를 여당이 이슈화하려 하고 있고, 교육위에선 사립학교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 기 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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