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착복 등 연이은 불상사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일본 NHK가 생존을 위한 ‘신생(新生) 플랜’을 내놓았다. 시청료 거부가 확산되는 등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NHK로서는 필사의 위기 타개책이다.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NHK 회장이 20일 발표한 ‘신생 플랜’은 크게 신뢰회복과 조직개편, 재정대책 등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재정대책이 핵심으로, 시청료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NHK에 따르면 시청료 거부는 9월말 현재 130만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청료 납부 의무가 있는 4,600만 건의 30%를 점하는 것이다. NHK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 한해 500억엔(약 4,750억원)의 수입감소가 예상된다”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하시모토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날 극약 처방을 발표했다. NHK 사상 처음으로 법적 절차에 의한 시청료 징수 방침을 밝힌 것이다. NHK는 시청료 거부를 계속하는 세대에 대해 간이재판에 의한 독촉장을 보내고, 최악의 경우 강제집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이는 현재 시청료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공평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가가호호 방문해 정성껏 설득한 후 그래도 안될 경우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생 플랜’은 또 NHK의 신뢰회복책으로 “NHK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송의 충실화”를 내세웠다.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및 긴급보도, 시청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프로그램 편성 등 오직 시청자만을 위한 방송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함께 2006년까지 3년간 NHK 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200명을 감원하는 등 조직과 업무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NHK는 지난해 7월 방송 제작비 착복 사건이후 각종 비리가 연이어 드러나고, 자민당 우파 정치가의 압력으로 일본군 종군위안부 관련 방송 내용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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