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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무료 나환자 치과진료 장동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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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무료 나환자 치과진료 장동호씨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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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나병)은 불치의 병이 아닙니다. 의학의 발달로 치료와 회복이 가능해진 만큼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매주 첫째, 셋째 목요일만 되면 전북 김제시의 나환자촌 비룡농장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주로 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나환자들이 반기는 이 사람은 치과의사 장동호(45ㆍ전북 익산시 중앙동 장동호치과의원 원장)씨이다.

장씨는 ‘천형(天刑)‘으로 인식돼 기피당하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20년간 무료 치과치료를 해왔다. 장씨는 지난 5년간 익산시 왕동면 나환자촌의 환자 1,000여 명의 치과 치료를 마치고 최근 봉사활동 지역을 김제시로 옮겼다.

“한센병 환자 가운데 치과 치료가 시급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 병원에 갔다가 따가운 시선에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라 아예 갈 엄두도 못 내시지요.

저만해도 한센병 환자들이 병원에 들러 치료 받으면 안 되느냐고 물어올 때 가장 난감하고 가슴이 찢어집니다. 한센병은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낳아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다는 것이라도 알아주십시오. 자녀들이 사회에서 차별대우 받는 일도 국가 차원에서 마땅히 시정돼야 합니다.”

장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5년. 원광대 치대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우연히 나환자촌에 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간호사들이 자꾸 병원을 그만두는 바람에 어려웠습니다. 외관상 보기 흉한 환자 모습에 기겁한 이유도 있지만 시집가서 애도 낳아야 될 처녀가 무슨 짓이냐는 집안 반대 때문이지요. 그래서 혼자 나환자촌을 갔지만 지금은 무료진료 동참을 조건으로 채용하니 간호사들도 발벗고 나서 든든합니다.”

그가 한센인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장씨는 수술 도중 손을 다쳐 피가 나기도 했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의 진지한 모습에 한센인들도 감동했다.

극구 말리던 아내(43)와 두 자녀도 이젠 장씨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물론 무료진료를 하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틀니 등 거래하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에서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장비를 20~30% 싼값으로 준다고 한다.

장씨는 앞으로 중국의 나환자들에게도 봉사할 생각이다. “잘 아는 수녀님이 중국 지린성에서 조선족과 한족을 대상으로 선교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꾸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 일을 하는 보람이란 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내 직업으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허허~.”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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