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에 따라 한국 측이 부담해야 할 이전비용은 부지매입비 1,919억원, 건설비 3조7,652억원을 합해 3조9,571억원.
미2사단의 단계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군소기지 이전비용까지 합하면 6조원(차입금 이자 포함)을 넘어선다.
이도 국방부 추산에 불과하다.
막대한 이전비용은 돌려 받는 부지를 매각해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전 대상기지들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지의 무상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 자체가 좌초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칫 국민의 혈세가 막대한 이전비용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예상비용 용산 미군기지, 미2사단, LPP에 따른 군소기지 이전비용을 모두 합치면 6조원대라는 것이 국방부의 일관된 입장. 반환부지를 매각해 6조3,223억원을 마련하면 대략 651억원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우선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에 포함된 전술지휘통제체계(C4I) 이전비용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실제로는 2조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통사 유영재 팀장은 “C4I를 이전하는 것은 시스템 하나를 새로 만들어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으로 우리 육군의 전술C4I구축에 3,700억원이 든 것을 감안하면 우리에 비해 4~5배 규모가 큰 주한미군의 C4I 구축에는 2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추산에는 이전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비도 빠져 있다. 확장된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경기 평택시를 위해 마련한 특별법에는 지역개발, 국제화계획지구 지정, 교육재정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법에는 소요예산이 빠져 있지만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나 동두천시 등 기존 기지들이 빠져 나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법도 추진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1조원 가량이 들어 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및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안전요건 강화로 기지 건설비용의 대폭 증가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만 10조원, 미2사단과 나머지 군소기지 이전까지 포함하면 15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용부담 한계 기지 건설비용의 한계를 명확히 못한 것도 문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에는 ‘한국 측이 시설비와 대체부지를 제공한다’는 구절 외에 구체적인 비용은 언급이 없다.
독일의 경우 라인_마인 공군기지를 이전하면서 미국과 맺은 협정에서 건설비용을 7억2,780만 마르크로 명시, 추가부담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정부는 한미 양측이 올해말께 시설종합계획(MP)을 작성, 정확한 비용규모를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MP는 협정과 같은 강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미국 측 논리에 좌우될 개연성이 크다”며 “사정에 따라 비용부담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용조달 반환부지를 매각해 비용을 조달한다는 국방부 계획은 지자체 반발에 부닥쳤다. 지자체들은 반환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공원 등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반환부지는 메인포스트(24만평) 사우스포스트(57만평) 등 117만평. 국방부는 자체 추산한 4조원대의 기지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모든 부지를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초 수도권발전협의회를 통해 이 부지를 민족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서울시도 공원화사업을 전제로 무상제공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의 핵심인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부지 81만평을 공원용지로 지정해 놓았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국 15개 시ㆍ군은 ‘미군이 반환한 토지를 공용 또는 공익사업용으로 이용할 경우 국방부는 지자체에 이를 무상양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미군기지 주둔지지원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기지이전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조율하는 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관계자는 “무상양여를 주장하는 지자체들과 매각을 원하는 국방부의 갈등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 '미군기지 이전' 獨·日선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독일 일본 등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는 국가에서도 진행돼 왔다.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의 의사를 철저히 반영하는 등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999년 시작한 독일의 라인_마인 미 공군기지 이전은 시작부터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주민들은 프랑크푸르트 마인공항 확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군에게 기지이전을 요구했다.
독일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헤센주 의회와 라인만트팔츠주 의회, 직접 이해당사자인 마인항공㈜의 참여를 보장했다. 이에 따라 협정문에는 환경오염 복구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비용부담 의무 등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조항이 포함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 이전협상 과정에서 주민 의견청취를 위해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에는 관방장관 외무장관 방위청장관과 함께 오키나와지사가 정규위원으로 참가했다. 이 기구를 통해 만들어진 ‘오키나와 주민들이 바라는 기지반환 요망서’는 기지이전 계획의 밑그림이 됐다.
반면 용산 미군기지와 미2사단 이전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참여를 차단한 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나 하위 실무기구들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용산 미군기지 이전계획 확정 직전까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주민들에게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 반환·반환예정 기지 13곳 환경오염 문제 불거질 듯
한미 양국이 체결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한국 측에 반환됐거나 앞으로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춘천 캠프 페이지와 부산의 캠프 하야리야 등 13개. 이들 기지는 대부분 유류저장소 정비창 탄약고 사격장 등 대규모 환경오염 유발시설을 갖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9개 기지를 대상으로 주한미군과 공동으로 환경오염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조사의 방법이나 결과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2001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통해 환경오염 공동조사 실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환경조항을 신설했지만 조사 결과와 치유조치 결과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04년 미군이 용산 미군기지 인근의 아리랑택시 부지와 경기 평택시의 베타사우스 탄약고를 반환할 때도 환경오염에 대한 공동조사와 미군의 치유조치가 이뤄졌지만 그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다.
환경단체들은 ‘미군은 사용기지에 대한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는 SOFA 본협정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녹색연합 상임활동가 고이지선씨는 “기지를 반환한 뒤 3년 이내에 확인된 환경파괴에 대해서도 원상복구하도록 한 독일의 경우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발간한 ‘주한미군 이전사업의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환경오염 방지시설의 설치비용 부담 ▦환경오염 시 원상회복에 대한 의무규정의 미비 등을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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