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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추석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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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추석의 추억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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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갔다. 연휴 내내 흐리거나 비가 내린 이상한 날씨였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을 게다. 귀성 차량이 전국의 도로를 덮고, 추석 빔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이 나들이하는 모습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겉’과 달리 추석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여들고,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마치고 흩어져 돌아가는 모습의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선지 언뜻 오래지 않아 추석도 추억 속으로 떠내려갈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며느리들의 ‘명절 신드롬’이 사회적 화제가 된 지 오래다. 명절을 앞두고 며느리들이 앓는 두통이다. 이제는 그런 아내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아들들, 며느리의 표정을 살펴야 하는 시어머니들의 ‘명절 신드롬’까지 겹쳤다. 결코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모였다가 흩어지기까지, 길어야 24시간의 가족 행사를 위한 것 치고는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 너무 당연해서 의문이 없었던 일에 ‘왜?’라는 물음이 던져지면서 예상되기 시작한 경로다. 전통적 사회질서와 멀어지면서 필연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물음표였다.

■먹거리의 풍성함도 작지 않은 이유다. 마을에 경조사가 생기면 온 마을 아낙네가 모여서 일을 도왔다. 이웃의 도리이기도 했지만 허기진 아이들에게 며칠 동안 찰진 음식을 먹일 수 있다는 유인동기가 일의 괴로움을 덜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의 핵심도 실은 먹거리다.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기고, 보리밥에 기대서 여름을 지낸 후 수확의 계절에 맞는 추석은 그야말로 먹거리의 잔치였다. 어떤 음식도 새롭거나 특별할 수 없는 시대에 먹거리 잔치는 빛이 바래고, 일의 괴로움만 남게 마련이다.

■그래도 ‘삼각 신드롬’을 넘어 귀성행렬은 이어졌다. 성묘 행렬도 길었다. ‘귀성 유전자’가 완전히 퇴화하지 않는 한 이어질 광경이다. 또 조상의 묘소나 차례상 앞에서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가족이란 울타리를 생각했을 것이다. 조상을 매개로 가족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것이야말로 명절의 참뜻인지도 모른다.

그것마저 시험 준비나 종교 행사 등을 이유로 듬성듬성 이 빠진 듯해진다. 더욱이 아이를 둘도 낳지 않는 세상이고 보면, 머지않아 추석도 민속박물관에서나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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