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만 돌려받을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포유류를 연구하려면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한국전쟁 직후 미국 연구자들이 수집해간 표본들이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있기 때문이죠. 고등식물 표본들은 거의 일본에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생물표본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스승인 이상태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자연사 박물관의 이해’(형설출판사)를 펴낸 임종덕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 교수는 ‘생물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환이 어렵다면 영구 대여나 한시적 대여 형태로 돌려받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생물 종 자원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자원 보유국과 수집국이 표본과 수익을 공유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 고유종 표본마저 외국에서 찾아야 하는게 현실이다.
내로라 할 국립 자연사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 구경거리 하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물학 연구의 기초가 없다는 뜻이다.
세계적 수준의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은 60만점의 전시물과 연 300만명의 관람객을 자랑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창고에 보관중인 3,200만점의 표본과 200여명의 상주 연구자, 전 세계 100여개의 연구팀이다.
연구 분야는 곤충학 고생물학 어류학부터 인류학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연사 박물관의 핵심은 전시관이 아닌 창고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립한 소규모 자연사 관련 박물관 30개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연사 박물관 수는 일정한 국민소득 이상에서(즉 선진국이면) 인구수와 정비례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영락없는 개발도상국가다. 선진국 기준으로 인구 5,000만명에 걸맞는 자연사 박물관 수는 200개다.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