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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고독과 상실에 대한 보고서 '토니 타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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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고독과 상실에 대한 보고서 '토니 타키타니'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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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정말로 토니 타키타니였다”는 별난 대사로 시작하는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옮긴, 상실과 고독에 관한 75분짜리 영상 보고서다.

미국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아버지의 예단 때문에 얻게 된 기묘한 서양식 이름에서 가늠할 수 있듯 토니는 어린 시절부터 외톨이다. 하지만 그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치지 않는다. 바깥 세상과 한번도 조우하지 않은 밀봉 용기 속의 공기처럼, 그는 ‘있음’과 ‘없음’ ‘안’과 ‘밖’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그가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아버지는 재즈 선율처럼 자유로이 전국을 떠돌았다. 그렇게 고독은 몸 속에 새겨진 유전자처럼 절대적이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삶을 지배한다. 그는 혼자라는 사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때론 즐긴다. “새가 바람을 몸에 두른 것처럼, 우아하게 옷을 걸치고 있는” 에이코를 만나기 전까지는.

에이코에 단번에 반해 청혼하고, 결혼에 성공한 그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과 ‘정말 외로워질지 모른다’는 두 가지 종류의 미묘한 떨림을 맛본다. 그리고 모든 삶의 수순이 그렇듯 에이코와의 만남은 상실을 잉태하고 결국 더 지독한 고독을 낳는다.

731벌의 옷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의 옷 치수와 똑 같은 체형의 여자 히사코를 사환으로 고용하지만,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공허함은 더욱 크기만하다. 요컨대 ‘토니 타키타니’는 부재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독에 대한 성찰이다.

영화는 주인공 토니의 ‘사사로운’ 고독을 단음으로 읊조리지 않는다. 흠잡을 데 없는 살림꾼이지만 병적으로 옷에 집착하는 에이코를 통해 누군가 곁에 있을 때 혼자임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현대인의 상실감을 변주한다.

친구들이 사형당할 때 상하이 감옥에서 모로 누워있던 아버지의 모습과 상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아내의 옷을 처분하고 빈 방에 누운 토니를 오버랩시키며, 고독은 시간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대물림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감독은 고독이 조금씩 주인공 몸으로 스며들고 시간을 뛰어넘어 고착되는 과정을 담담히 묘사한 무라카미의 문장을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 형식으로 매끄럽게 재배열한다.

카메라는 전반부 좌에서 우로 움직이며 성장해가는 토니의 모습을 줄곧 좇아, 토니는 느끼지 못하지만 관객이 공감할 적막감을 드러내고, 에이코와의 만남이후에는 카메라를 고정시켜 그의 고독을 주관화 시키는 동시에 객관화 시킨다.

스크린 밖 화자의 설명을 등장 인물들이 이어받는 기이한 내레이션은 1인칭과 3인칭의 경계를 무너뜨려, 관객과 배우 사이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심리적 간격을 좁힌다. 단조롭게 저음으로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피아노 음악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고독의 스산함을 강조하며 영화의 완성도에 힘을 더한다.

90년대 누드집 ‘산타페’로 유명세를 떨친 미야자와 리에(宮澤 りえ)가 에이코와 히사코를, 일본 1인극의 대가 잇세 오가타(イッセ-尾形)가 토니와 아버지를 연기한다.

2004년 로카르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3개 부문 수상. 이치가와 준(市川潤) 감독. 22일 서울 관철동 시네코아에서 단관 개봉한다.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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