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기자실엔 눈에 확 띄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실에서 제공한 ‘2004년도 전국 인문계 고교의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진학률’이었다. “전국 인문계 고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광주가 11.3%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1.58%로 하위권 수준”이라는 게 요지다.
사실이라면 의미는 엄청나다.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아파트 값이 폭등한 서울 강남 등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낭설이라는 얘기가 된다. 권 의원측도 “명문대생 상당수가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 덕분인지 이 내용은 이날 한 석간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됐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봤더니 엉터리였다. 조사의 기본부터 잘못돼 있었다. 지역별 진학률을 비교하려면 전수조사가 필수적인데도 권 의원측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겨우 1~2개 고교의 진학률을 산출해 이를 마치 해당 시도의 진학률인 것처럼 포장했다. 명문인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있는 강원도의 서울대 진학률이 0%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점을 따지자 권 의원측은 “처음 자료를 분석한 뒤 의미가 없어 갖고 있었는데, 교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역별 진학률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내놓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했다. 몇 명의 교사 얘기를 듣고 그렇게 했다니 그런 무책임한 처사가 어디있나.
교육은 우리 국민에게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때문에 이 분야를 다루는 사람은 더욱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교육문제만은 한건주의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3선의 중진 의원실에서 자료적 가치가 전혀 없는, 이런 엉터리 자료를 공개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정치부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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