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국정원, 교도소 내부 등 영화 카메라가 결코 접근할 수 없던 곳으로 여겨지던 성역이 잇달아 무너지고 있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 ‘태풍’은 14일 서울 세관동 국정원 청사 본관에서 5시간 동안 촬영을 진행했다. TV뉴스 등을 통해 국정원의 외관이 소개된 적은 많지만, 스크린에 내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월 개봉한 ‘공공의 적2’도 검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최초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에서의 촬영에 성공, 또 하나의 금기를 깨뜨렸다.
4월 개봉한 ‘주먹이 운다’는 교도소 운동장이나 정문 밖에 보여주지 못했던 기존 영화의 한계를 넘어, 교도소 내부에까지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지난해 10월말 새벽 4시간 가량 광화문 앞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교통을 완전히 차단해 화제를 모았다. 광화문 앞 교통 통제는 청와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어서 사뭇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촬영 협조에 인색하던 공공기관이 예전과 달리 문턱을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 한국영화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탈권위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서울영상위원회 등 영화계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성역은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영화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대국민 인식제고에 이용하려는 해당 기관의 속내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는 여전히 카메라가 들어가기 힘든 영역이다. 군을 불명예스럽게 다룬다는 이유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 협조를 받지 못했고, ‘태풍’도 껄끄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지원을 거부당했다. 서울영상위원회 강석필 로케이션팀장은 “군에서 시나리오를 보는 눈은 일반인과 판연히 다르다.
북한에 조금만 호의적이거나, 이미지 실추와 관련한 내용이 있으면 여지없이 거부당한다. 그러나 촬영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