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당국자들은 19일(현지시간) 대북 경수로 제공 논의의 ‘적당한 시점’등을 둘러싸고 혼선이 일자 더 이상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서둘러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6자회담에 임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섰고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리는 협상 과정을 일부 공개하면서까지 논란의 확산에 쐐기를 박는 데 주력했다.
이 고위 관리에 따르면 공동성명에 명기되지 않았지만 미측은 회담 석상에서 경수로 논의시점이 북한의 핵 포기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이행 이후가 될 것임을 분명히 못박고 참가국의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때 북한의 동의까지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경수로를 제공해야 핵 폐기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공개된 후 “그런 입장은 그들이 서명한 합의가 아닌 것이 명백하다”고 말해 북한의 적극적 반대가 없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타 참가국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라이스 국무장관은 해당 외무장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미국의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그 결과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 ‘경수로’언급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냈다는 게 미측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미 정부 내 강온파가 격돌하는 상황이 전개됐고 온건파가 간신히 주도권을 유지한 탓에 북한에 경수로 표현을 양보하고 회담 결렬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뒤 따른다.
또 다른 고위 관리는 이와 관련, “경수로 문제를 두고 크게 대립했던 정부내 강온파의 실명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내비쳤다.
이때 강경파들은 “경수로 문제의 모호성 때문에 북한의 핵 활동이 중단되지 않은 채 앞으로 또 수개월을 질질 끌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힐 차관보가 회담이 끝난 뒤 “북한의 평화적 이용권을 미리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이론”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은 북한 뿐만 아니라 내부 강경파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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