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대 슈퍼마켓 그룹 ‘다이에’의 창업자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씨가 19일 오전 고베시의 한 병원에서 뇌경색으로 숨졌다. 향년 83세.
그는 생필품을 파는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일본 제일의 유통체인을 거느렸으나 다시 빚쟁이로 전락했다. 이러한 생애는 고도 성장과 거품 경제로 상징되는 전후 일본 경제의 부침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오사카 출신으로 2차 대전 후 필리핀 전장에서 돌아와 “쇠고기 전골을 배 터지게 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헝그리 정신으로 1957년 할인점 ‘주부들의 가게 다이에_약국’을 차린 뒤 철저한 ‘가격 파괴’전략으로 일본 전역의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사들였다.
이후 호텔, 유원지, 외식산업, 파친코에마저 손을 뻗쳤고, 프로야구 구단 다이에 호크스도 인수해 94년에는 187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5조2,000여억 엔(약 5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공룡그룹이 됐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땅값 상승을 노리고 토지 담보로 융자를 얻어 점포를 늘리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그에게는 재앙 같은 사건이었다.
윤택해진 대중들이 값싼 물건만을 선호하지 않는 시대의 변화도 몰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 결국 2002년 다이에에서 손을 떼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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