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교체가 잦은 미국에서 최고경영자(CEO) 만을 전문으로 맡는 ‘CEO군(群)’이 등장하고 있다고 20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전문 CEO’ 또는 ‘재계의 노마드(nomad)’로 불리는 이들은 검증된 경영성적과, 젊음, 능력 등을 두루 갖춰 잇단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부즈알렌 해밀턴에 따르면, 세계 2,500개 대기업에서 지난해 새로 선임된 CEO의 12.2%가 다른 회사 CEO 출신이다. 이는 부즈알렌이 관련 자료를 분석한지 7년 만에 최고치다.
CEO 교체 빈도가 높은 정보통신(IT) 분야에서는 40대에 3~4개 회사 CEO를 역임한 이들도 나타난다. 지난 8월 심볼테크놀로지스에서 NCR로 영입된 윌리엄 누티는 41세, 3월에 NCR에서 휴렛패커드로 옮긴 마크 허드와, 오토존에서 오피스데포로 이직한 스티브 오들랜드는 모두 48세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이들의 몸값도 더불어 치솟는다. 다른 회사의 CEO를 스카우트 하려면 엄청난 인센티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M에서 제임스 맥너니(56)를 빼내온 보잉은 그에게 6년 재직시 6,080만 달러를 제시했다. 3월부터 칼리 피오리나를 이어 휴렛패커드를 이끌고 있는 마크 허드의 경우 첫 연봉으로 무려 3,39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다른 회사의 전ㆍ현직 CEO 영입 시 장점은 안정성이다. 베테랑 CEO는 능숙한 직무수행, 실수에서 얻은 교훈을 비롯, 많은 경영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경영이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로선 실력이 입증된 이들은 안전한 선택 대상인 동시에 주주 불만을 상쇄하는 선전 수단도 된다. EDS의 CEO인 마이클 조던(68)은 “사내 갈등이 있는 회사 이사진들에게 전문CEO는 책임을 피할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직업이 CEO인 이들이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에게 단기간에 경영성과를 낼 것을 요구, 장기적인 경영진 승계 등의 약점이 뒤따른다.
고용주나, 해당업종을 모르는 CEO를 양산하는 문제점도 있다. 현재 미국 300대 기업 CEO 가운데 해당기업 5년 미만 경력자는 1980년의 5%에서 4배 가량 늘어난 19%나 된다.
이런 문제는 경영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즈알렌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내부 승진한 CEO가 경력 CEO에 비해 주식배당에 더 적극적이며, 양측간 경영성과에 두드러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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