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 건설은 유수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서초구)
“유수지의 안전을 위협하는 골프장 건설은 불가능하다.”(서울시)
방재시설인 유수지(遊水池) 안에 골프연습장을 지으려는 서울 서초구의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는 ‘반포호수체육공원’으로 조성한 반포유수지의 지상 부분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최근 시에 건의했다. 유수지는 폭우 때 물을 일시 저장해 침수 등 피해를 막는 빗물저수지로 도시계획시설이다.
서초구는 유수지의 지상공간 2,500여평에 150억원을 들여 3층 높이의 서울시내 최대규모(비거리 300㎙ 가량)의 골프연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골프연습장은 도시계획시설이 아니지만 관련규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를 적용, 반포유수지를 ‘입체적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면 유수지의 지상 공간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수지의 지표면 아래 웅덩이와 둑 부분까지만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면 지상에 골프연습장을 짓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도 입체적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통해 버스터미널과 쇼핑몰이 함께 들어선 복합시설로 활용되고 있다”며 “수익금은 구 복지행정에 투자할 예정인 만큼 유수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골프연습장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초구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입체적 도시계획시설’은 사유지에 공익적 목적의 도시계획시설을 지을 경우 토지수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제도로, 골프연습장 건립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축건물의 일부를 도로로 활용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사유지에 10층 건물을 신축하면서 1, 2층은 도로로 지정하고 건물을 짓도록 하면 토지 전체를 수용할 필요가 없이 도로를 확보하고 건물도 지을 수 있다.
또한 유수지는 방재시설이어서 원칙적으로 다른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고, 설사 복개를 해도 공원이나 주차장 등의 제한된 시설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골프장 그물이 폭우로 쓰러져 유수지를 덮치면 배수 기능이 마비돼 주변 일대가 침수될 수도 있다“며 “유수지는 평소에 놀리는 것 같아도 10년이나 20년에 한번 정도의 큰 사고에 대비하는 시설인 만큼 방재 기능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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