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 사흘째인 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현대와 북측간 금강산관광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또 6자회담 측면 지원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측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북측으로부터 두 사안에 대해 긍정적 언질을 얻어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책임을 맡은 장관급 회담은 진도를 나가지 못한 채 밤새 진통을 겪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해 평북 향산군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을 참관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북측 권호웅 대표단장과 왕복 4시간 정도 차를 함께 타고 이동했다. 16차례의 장관급 회담 참관 중 가장 긴 시간의 남북 수석대표 동승인 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화는 전날 밤에 이뤄졌다. 정 장관은 14일 밤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으로 알려진 북측 고위 관계자와 금강산관광, 6자회담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가졌다.
임 부부장은 지난해 7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정 장관이 3차례 서한을 보내 결국 5월 남북대화 재개를 이끌어냈던 인물로, 북측의 대남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정 장관은 특히 6자회담과 관련된 북측의 반응도 이끌어냈다. “이번 6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하고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가 분명하니 의심하지 말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고, “상부에 보고하고 6자회담 진행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북일관계 정상화 논의 제안이라는 깜짝 메시지도 공개했다. 북측의 답변이 의례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6자회담 측면 지원이라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는 성공한 격이다.
하지만 장관급 회담은 전날에 이어 난항을 겪었다. 북측은 15일에도 “남북관계 발전과 배치되는 법률과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째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북측이 이처럼 빡빡하게 나오는 바람에 남측이 제기한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된 의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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