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휴대 인터넷 표준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가 세계화의 문턱에 다가섰다. 일본과 영국에 이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인 미국에서도 와이브로 시험 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시작돼 이르면 내년쯤 본격 진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5일 미국 이통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에 와이브로 시험 장비를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8월 스프린트와 넥스텔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프린트-넥스텔은 미국 무선인터넷 주파수 대역(2.5㎓)의 70%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본 KDDI와 영국 BT에 와이브로 시험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로써 와이브로가 세계 선진 이동통신 시장에 모두 선을 보이면서 세계적 이동통신 기술로 부상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와이브로의 미국 상륙은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도입 이후 계속된 이통 산업 종속 현상을 설욕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또 미국 휴대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독 이통 장비 분야에서는 미국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산 이동통신 기술이나 장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년께 스프린트-넥스텔과의 본 계약도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와이브로는 현재 실용화된 3세대 이통기술(3G)을 뛰어넘어 차세대 ‘4G’로 성큼 다가선 기술력 덕분에 해외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이브로는 초당 최대 20메가비트(Mbps)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 환경을 실현했으며, 특히 시속 120㎞로 움직이는 중에도 끊김이 없는 안정된 이동 통신 능력을 갖췄다.
이는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소속 연구진이 직교분할다중접속(OFDM)과 다중입출력(MIMO) 이론 등 차세대 통신 기술을 한발 앞서 실용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삼성 4G 포럼 2005’에서 와이브로 시연에 성공했으며,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상용화 수준의 단말기 및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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