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야구 선수로서 실패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부활이나 재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다른 방향으로 길을 찾다가 다시 돌아온 것 뿐이에요.”
한 때 일본 프로야구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잘 나가던 신인 투수였지만 인기 탤런트 최진실씨와의 이혼과정에서 이미지가 실추됐던 조성민(32). 우여곡절 끝에 3년여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게 된 조성민은 올 해 한국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현대전에서 뜻밖의 승리투수가 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그는 14일까지 12경기에 등판, 2승1패의 호성적에 방어율도 팀내 상위권인 3.45로 3년 여의 공백을 뛰어넘고 있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었는데 받아주는 팀이 없었어요. 뒤늦게 30줄에 기회를 얻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훈련과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조성민은 4월 케이블TV의 야구중계 해설을 맡았다가 경기장에서 마주친 한화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선수 복귀 권유를 받았다. 처음 농담반 진담반인줄 알았지만 김 감독은 며칠 후 연락을 해왔고 조성민은 결심을 굳혔다.
“사실 체력이 많이 딸려요. 5월부터 운동을 시작해 아직 몸이 완전히 만들어 지지 않은 상태죠.” 주변에서 투구폼이 일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달갑지 않다는 표정부터 짓는다. “옛날에 잘 던질 때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그는 “체력만 보강되면 공의 스피드나 변화구의 각도도 자연스럽게 예리해지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서른 넘은 나이에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다는 분들이 인터넷에 댓글을 띄워주십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진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요.” 힘든 시간을 보내선지 그의 표정과 표현에는 경계심이랄까 신중함이 배어있는 듯 하다. 개인신상에 대한 얘기가 나올라치면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듯 “공인의 자리가 어떤 건지도 알게 됐고 짧은 시간 많은 경험을 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예전에는 사람 만나 얘기하는 것을 즐겼지만 이젠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하고 말수도 예전 보다 적어졌다고 한다.
“올해 방어율하고 몇 승이 목표냐구요? 그런 건 없어요. 팀에 좋은 결과가 있도록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5,000만원인 연봉 액수도 신경 안 써요. 모두가 외면할 때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구단인데요.” 햇볕에 타 까맣게 그슬린 얼굴에 시즌 동안 체중이 10kg 가량 빠졌다는 그는 “요즘 야구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그간 머리 속에서 잊혀졌던 야구선수 조성민으로만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박원식기자 parky@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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