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이후 ‘연정논란’이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이고 국정감사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했지만 다른 수가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상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헌법수호특위를 구성하고 선거제도 개편논의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고 있다. 연정논란이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로 이전되었다. 물론 선거제도 논의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정부형태를 중심으로 한 개헌논의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선거제도는 선거과정을 규율하는 일체의 절차와 규정 등을 말한다. 핵심적인 것은 한 선거구에서 몇 명을 선출할 것이냐의 문제와 당선자의 결정 방식이다. 두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소선거구제와 다수대표제가 주로 결합하여 사용되며 선거구가 광역화될수록 비례대표제가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성과 안정성의 조화
세계의 나라 수만큼 다양한 것이 선거제도라지만 대체로 소선거구+다수대표제, 비례대표제 또는 이들을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도 중 하나를 사용하는 구분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어떤 측면에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최근 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첫째,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대표성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의회의 의석으로 가능한 비례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선거구+다수대표제보다는 비례대표제에서 대표성이 강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마 전 있었던 일본 총선의 경우를 보면 이점은 분명해진다.
300개 지역선거구의 자민당 득표율은 47%, 민주당 득표율은 36%로 11%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의석은 자민당이 219석,민주당이 52석이었다. 득표율보다 더 의석을 얻는 정당이 있고 득표율보다 덜 의석을 얻는 정당이 있다.
둘째, 안정성의 원칙이다. 이는 대표성의 원칙과 반대편에 있다. 양자의 관계도 반비례적이다. 한쪽이 올라가면 반대쪽이 내려가는 관계다. 안정성의 다른 표현은 통치성이다.
이는 의회 내에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의 존재를 지향하거나 또는 가능한 적은 수의 주요정당이 의회를 구성하여 통치의 주체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며 유권자에게 분명한 선택지(枝)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대정당들이 군소정당에 비해 득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의석률을 차지하는 현상을 묵인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이며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가 문제다. 결국 국회의원선거제도는 대표성과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의 문제가 핵심이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 중요
셋째, 정부형태와의 관련성이다. 일반적으로 내각제의 경우 대표성에 상대적으로 더 중점을 두는 선거제도가 사용되고 있다. 의회 내에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존재하지 않아도 정책성향이 비슷한 정당 간의 연립정부가 구성되어 국정이 운영된다.
반면 대통령제의 경우 다당제와 결합하면 “가장 나쁜 조합”으로 이해되었다. 비례대표제를 주로 사용하는 중남미 대통령제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 받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안정성과 대표성이 조화되면서 정부형태와도 친밀도가 높아야 할 것이다.
넷째, 선거제도는 게임 규칙이다. 규칙변경은 이해관계의 변경을 수반한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거제도를 주장한다. 그 앞에는 ‘항상’ 중요한 명분이 있다. 명분 속에 자리 잡은 정치적 이익과 목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가을의 문턱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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