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시작한 직후 도로나 도시지역 지표면을 거쳐 강물로 흘러드는 빗물의 오염도가 하수나 공장 폐수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빗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서는 하천의 수질 개선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점에서 빗물 관리가 시급해졌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45번 국도의 한 지점을 흐른 빗물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00㎎/ℓ,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824㎎/ℓ, 부유물질량(SS)이 947㎎/ℓ에 이르렀다. 이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오수의 평균값에 비할 때 BOD는 약 3배, COD는 약 12배, SS는 약 8배나 된다. 또 폐수처리장 유입수의 평균값에 비해서도 BOD는 1.3배, COD는 3.9배, SS는 3.4배에 이른다. 도시지역의 지표면을 흐르는 빗물의 오염도도 폐수처리장 유입수보다는 낮았지만 하수처리장 유입수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의 오염도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새삼스럽게 따질 것도 없다. 도로와 도시 지표면에 쌓인 자동차 타이어 분진이나 각종 유류 찌꺼기 등의 오염물질, 농지나 산업단지의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 운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천과 호소의 수질오염에 22~37%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전혀 관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4대강을 대상으로 한 빗물오염 종합대책을 수립했지만 2020년까지 빗물을 통한 오염물질 유입을 약 34% 줄인다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주장 등이 힘을 얻으며 모처럼 틀이 잡힌 수질ㆍ대기 관리 마인드가 흔들리고 있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확보하려는 정책 의지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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