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총선 압승으로 거대 여당이 된 고이즈미 자민당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심경은 복잡한 것 같다. 개혁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는 이 같은 심경이 수치로 나타났다. 14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 압승-민주 참패’로 드러난 선거 결과에 대해 응답자의 55%가 ‘놀랐다’(아사히신문)고 밝혔다.
296석에 이르는 자민당 의석이 ’너무 많다’(요미우리 55.5%, 닛케이 64%), 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획득한 것이 ‘불안하다’(요미우리 63.1%)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55년 체제’ 당시의 강력한 자민당을 떠올리게 하는 예상 밖 대승에 당혹감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열망은 매우 뜨겁다. 일본 국민들은 선거내내 개혁을 선명하게 부각시킨 자민당의 승리에 대해 ‘잘됐다’(요미우리 48.7%, 아사히 47%)고 응답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는 ‘잘못 됐다’(37.8%, 31%)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자민당 압승의 요인에 대해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지지받았기 때문’(요미우리 43.5%, 아사히 58%) ‘개혁에 대한 정당의 자세가 인정받았기 때문’(요미우리 44.3%)이라는 대답이 많아 개혁의 실천을 열망하는 심정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개혁 과제로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개혁’(닛케이 60%)을 꼽은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일본 국민이 선택한 것은 우정개혁이라는 정책이 아니라, 개혁을 해낼 만한 일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말대로“우정개혁은 모든 개혁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일본 국민이 바라는 것은 우정 개혁 등 개혁의 단품이 아니라 모든 개혁을 함축하는 ‘종합선물세트’인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은 변하지 않는다’(아사히 47%)는 예측이 ‘변한다’(43%)를 넘어서는 등 반신반의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고이즈미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다. 이들은 가장 우선해야 할 고이즈미 정권의 외교 과제에 대해 ‘한국 중국과 관계 개선’(닛케이 69%)를 첫번째로 꼽았다.
주요한 외교적 갈등의 원인중에 하나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에 대해서도 ‘반대’(닛케이 46%)가 찬성(32%)보다 많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