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후 ‘식스센스’(99)를 제외하면 추석 극장가 흥행 1위를 모두 한국영화가 차지했을 정도로, 추석 연휴에는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사랑 받는다.
올해는 이명세 감독, 하지원 강동원 주연의 ‘형사’, 허진호 감독, 배용준 손예진 주연의 ‘외출’ 그리고 신현준 김원희 주연의 코미디 영화 ‘가문의 위기’가 3파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로 꽉 찬 극장
이번 연휴는 전국 극장의 대부분이 한국 영화 3인방으로 꽉 찰 듯 하다. 각 영화는 자존심을 건 스크린 확보 경쟁을 벌여 ‘가문의 위기’가 3편 중 가장 많은 총 420여 개의 스크린을 잡았고 ‘형사’는 400여 개, ‘외출’은 350여 개를 확보했다. 이 3편이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총 1,170여 개로 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전국 총 스크린 수 1,545개의 80%에 이른다.
여기에 장기 흥행 중인 ‘웰컴 투 동막골’도 전국 2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극장이 이미 한국 영화로 온통 채워진 터라, 혹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 해도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액션? 멜로? 코미디?
‘형사: 듀얼리스트’의 경우 12세 관람가로 관객층이 가장 넓다. 하지만 방학기의 원작만화 혹은 TV드라마 ‘다모’를 연상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당황할 가능성이 크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린 이명세 감독은 ‘형사’에서는 스타일에 더 많은 신경을 써 황홀할 정도로 화려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다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형사물을 기대한 관객의 욕구와는 상충될 것이며,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터라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개봉 전부터 떠들썩했던 ‘외출’은 최고의 한류스타 배용준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오히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서정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보였던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을 것이다. 예전과 달라진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과, 국내 시장에서는 특별히 티켓파워를 지녔다 할 수 없는 배용준의 연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다.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펼치는 ‘가문의 위기’는 추석 최고의 복병으로 꼽힌다. 지난 4년 간 코미디 영화가 추석 흥행 1위를 차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가족끼리 함께 볼 영화로 안전하게 선택하는 장르가 코미디다. 다만, 노골적인 화장실 유머나 은어 사용 등으로 1차적 웃음을 유발하는 이 코미디가 관객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청룽이 없는 자리는 리롄제와 조니 뎁이
추석의 단골 배우인 청룽(成龍)은 없지만 리롄제(李連杰)의 액션과 조니 뎁의 미소가 있다. 추석 개봉 외화로는 우선 1964년 출간된 로알드 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있다.
달콤한 초콜릿을 쏟아내는 거대한 공장, 공장에서 일하는 희한한 소인 등 흥미로운 장면이 이어지지만 착한 아이는 복을 받는 대신 욕심 많은 아이는 가혹한 벌을 받는다는 다소 잔인한 내용. 그래서 아동용이라기보다는 성인용에 가깝다. 러셀 크로, 르네 젤위거 주연의 ‘신데렐라맨’은 퇴물 복서가 화려하게 재기한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다.
할리우드 톱스타 주인공의 열연이 영화를 든든하게 이끌어 가며 ‘꿈과 희망’을 주는 지독하게 미국적인 낙관이 깔려 있다. 불혹을 넘겼지만 1초에 일곱 번을 가격하는 번자권을 구사하며 변함 없는 액션 실력을 선보이는 리롄제의 ‘더독’,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연출한 짧지만 섬뜩한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 등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