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중국 무술대회 우승을 발판 삼아 79년 ‘소림사’로 데뷔한 이래 리롄제(李連杰)에게 반듯한 영웅의 모습은 숙명과도 같았다.
악역을 맡았던 할리우드 진출작 ‘리썰 웨폰4’(1998)를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 선하고 총명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악당에 맞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화려한 몸짓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가 ‘키스 오브 드래곤’(2001)에 이어 뤽 베송과 손잡고 만든 신작 ‘더 독’(원제 Danny The Dog)에서는 전작과는 거리를 둔 모습을 선보인다.
우선 말투와 걸음걸이가 어눌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상대방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다가도 개목걸이가 채워지면 멍한 저능아로 돌아가는 대니 역할의 리롄제는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투견’으로 기른 조폭 두목 바트(봅 호스킨스)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피아노 조율사 샘(모건 프리먼) 사이를 오가며 어둠과 밝음을 내면연기로 표현하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천진난만한 미소 속에서 그의 연기변신 노력이 엿보인다.
액션도 이전의 리롄제 영화보다 더 진화했다. ‘와호장룡’(2000)과 ‘매트릭스’(1999)의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이 정교하게 직조해낸 대결 신은 액션의 새 경지를 보여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와이어를 절제한 액션은 거친 숨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것처럼 현실감이 있다. 특히 이기지 않으면 죽임을 당해야 하는 비밀 장소의 ‘데스 매치’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실적이다. 컷을 자제하고, 리롄제의 무술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카메라 기법도 두고두고 복기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는 앞뒤 아귀가 잘 맞지 않은 설익은 이야기 전개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대니가 어떤 수련과정을 통해 ‘투견’으로 변모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다뤄지지 않는다. 알파벳을 겨우 뗀 정도의 지적수준을 가진 대니가 샘의 보살핌으로 순식간에 정상인 못지않은 판단력을 갖게 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종종 사용되는 점프 컷(동작과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편집기법)은 이야기의 맥락을 뚝뚝 끊어놓으며 몰입을 방해한다.
‘트랜스포터’(2002)의 프랑스 신예 루이 레트리어 감독. 제작을 총괄 지휘한 뤽 베송은 리롄제의 액션연기를 염두에 두고 직접 각본을 썼다. 16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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