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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절망도 눕힌 가장의 힘! '신데렐라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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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절망도 눕힌 가장의 힘! '신데렐라 맨'

입력
200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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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는 영화나 TV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세상이라는 세트 안에서 온갖 역경과 부딪히며 ‘인간 승리’를 연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픽션보다 더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맛깔진 재료가 항상 훌륭한 요리가 되지 못하듯,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언제나 관객들의 목젖을 뜨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적 장치와 감독의 세심한 손길이 만났을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비로소 펄떡이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세계 헤비급 챔피언으로 대공황기 미국에 희망을 안겨줬던 제임스 브레독의 ‘인생 역전’을 다룬 ‘신데렐라 맨’은 잘빠진 공산품처럼, 할리우드산 실화 영화의 전범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인간극장’식 영화가 그렇듯 ‘신데렐라 맨’은 밑바닥에서 눈물을 삼키는 주인공과 가족의 비참한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하며 감정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챔피언 자리를 위협할 만큼 특출 난 실력을 지녔던 브레독(러셀 크로)은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설상가상 투자 주식이 휴지가 되면서 저택에서 지하 방 신세로 추락한다.

아내 매(르네 젤위거)는 아이들에게 물 탄 우유를 내밀고, 집은 가스와 전기가 끊겨 춥고 컴컴하기만 하다. ‘천둥 치는’ 배를 움켜잡고 링에 오르지만 브레독에게 돌아오는 것은 관중의 야유와 선수자격 박탈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끈끈한 사랑으로 곤궁한 현실을 견뎌낸다.

아이들은 굶을지라도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고, 아내는 양말을 오븐에 말리며 남편을 격려한다. 가장은 가족을 위해 뼈가 으스러지도록 몸을 던지면서도 자존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칫 상투적이거나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런 내용을 감독은 얄미울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잽을 툭툭 던져 관객들을 주인공의 남루한 현실로 몰아넣고, 이내 강펀치를 뻗어 가슴을 얼얼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브레독의 어려운 처지에 동화하게 만든다. 가난의 고통이 지나고 희망이 싹틀 무렵엔 브레독이 경기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긴장의 끈을 조인다.

그래서 우연이 찾아온 재기전과 타이틀전에서 브레독이 상대방을 강타할 때 객석은 짜릿한 희열에 빠져들고, 브래독이 펀치를 허용하면, 자신이 맞은 것처럼 짧은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결과를 알고 있어도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대결이 15라운드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뷰티풀 마인드’(2001) ‘파 앤드 어웨이’(1992)의 론 하워드가 감독했다. 어깨 탈골 부상을 입을 정도로 연습에 몰입한 러셀 크로와 실제 프로 선수들이 펼치는 권투 경기 장면이 압권이다. 옛날 영화 향수에 젖은 관객이 반길 만큼 전통적 연출기법에 충실한 가족 영화다. 15일 개봉. 전체.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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