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을 감상하는 포인트가운데 하나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간 조합이다.
사민ㆍ녹색당과 기민당ㆍ기사련 등 양대세력이 워낙 근소한 차이로 혼전을 벌이면서, 자민당이나 좌파연합 등 군소 정당이 어느쪽과 연대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국의 안정을 위해 사민당과 기민당이 손을 잡는 ‘대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독일에서는 현실감 있게 나오고 있다.
각 당의 상징색: 기민ㆍ기사련= 흑, 사민당= 적, 녹색당=녹, 자민당=황, 좌파연합=적.
▦기민ㆍ기사련+사민당(대연정)=
사민당과 기민ㆍ기사련 어느 쪽도 과반 이상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되면서 좌우 양대정당이 함께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여론조사 결과 대연정(41%)을 기민ㆍ기사련과 자민당의 우파 연정(29%) 보다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선 1966년부터 3년 동안의 대연정으로 실업과 경제 침체를 극복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또 한 번의 대연정으로 경기 침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치권에선 두 세력이 사사건건 부딪히고 정책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재계 역시 노동 시장 유연화 등 친 기업적인 정책들이 사민당의 반발로 무산될 것이라며 꺼리고 있다.
▦사민당+녹색당+자민당(적녹황 연정)=
신호등 연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조합은 정책적인 측면보다는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승부수다. 자민당의 노선은 기민당보다 도리어 보수적이다. 하지만 킹 메이커 역할을 통해 확실한 영향력을 누리고 싶기 때문에 슈뢰더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사민당+녹색당+좌파연합(적적녹 연정)=
좌파연합의 원류가 사민당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일부 지방정부에서 사민당이 옛 공산당 세력과 연정을 하고 있어 호흡 맞추기도 문제는 없다. 오히려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 총수 등 사민당 이탈 세력과 슈뢰더 총리 사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기민ㆍ기사련+자민당(흑ㆍ황연정)=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재계는 특히 소득세율 인하, 고용주의 의료보험료 부담 완화 등 친 기업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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