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소설가 출신의 아벨 파체코 코스타리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문학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며 우의를 쌓고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노 대통령이 회담에서 ‘피부 깊숙이’를 비롯, 파체코 대통령이 쓴 글 19편이 소개된 문학 잡지인 ‘세계의 문학’을 선물하자, 파체코 대통령은 자신의 작품집을 노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노 대통령이 시인이라고 느꼈다”고 덕담을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시인이 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시인으로 등단하게 돼 기쁘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웃는 얼굴로 “파체코 대통령이 나를 시인으로 인정했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숲을 가꾸려고 하는데 시를 쓰는 일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코스타리카 생물자원 공동연구센터’ 설립 합의였다. 코스타리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가 될 정도로 생물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는 전 세계 면적의 0.03%에 불과하지만 세계 5% 이상인 1만 2,0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단위면적 당 생물자원 밀도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연구센터가 코스타리카에 세워지면 한국은 생명공학(BT) 연구를 위한 다양한 식물 소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 정상은 또 양국 정부간에 체결된 ‘범죄인 인도 조약’과 ‘IT 협력 약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조만간 이중과세 회피 및 탈세 방지를 위한 협약 체결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제2차 한국-SICA(중미통합체제)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는 지금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 대화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방문 일정을 마친 노 대통령은 제6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13일 코스타리카 산호세를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이동했다.
산호세=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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